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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희 Jul 19. 2023

길냥이들에게도 인생은 있다. 1

꾸러기 가족들을 이야기

 고양이들이 이곳 부대 안으로 언제부터 왔는지는 알 수 없다.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하나 이 녀석들을 돌보면서 한 두 마리의 어미 고양이가 자리를 잡으면서 시작된 것 같다. 마미라고 이름 지어준 퉁퉁하고 푸른 줄무늬가 있는 고양이인데 짜고 매운 사람 음식을 오래 먹어서 인지 몸도 안 좋아 보였고 몸도 부은 듯 보였다. 마미가 낳은 노란 바탕에 진한 노랑 줄무늬가 있는 서열 1위 같은 욕심이는 수컷 고양이다. 욕심이 와 같은 색깔의 작고 얍싹한 암컷 꼬마 그리고 유독 형제들 틈에서 주변을 서성이는 막내 수컷이 있다. 막내도 욕심이 와 꼬마와 같은 색인데 줄무늬 색은 조금 더 옇다. 요렇게가 한 가족 같았다.


 어미인 마미는 내가 온 첫 해 겨울 힘들어하더니 결국 따뜻한  봄 햇살이 내리는 날 먼 곳으로 떠난 것 같다. 

다행히 마미의 새끼들은 겨울이 가고 봄이 오자 제법 듬직하게 자랐다. 맏형 같은 녀석의 이름을 욕심이라고 지은 것은 먹을 것을 앙칼지게 낚아채서 형제들것까지도 자기가 먹어 치웠다. 먹는 것에 엄청 전투적이어서 욕심이라고 지었다. 성묘가 된 녀석은 점점 먼 곳까지 외출을 나갔고 가끔 며칠 만에 급식소에 나타났다. 어떤 날에는 온몸이 지저분한 채 나타나기도 했고 어떤 날에는 빼짝 살이 빠져서 나타나기도 했다. 언젠가는 한쪽 다리가 움푹 패여서 벌건 속살이 드러난 채 피딱지가 있기도 했다. 그래도 언제 나타났는지 내가 걸어가면 저 멀리서 냥냥냥 하며 따라오거나 나를 부른다. 여기 있다고 반갑게 소리 내는 것 같았다. 욕심이의 첫 번째 봄에는 아직 어려서 다른 수컷들의 공격을 받은 듯 피해 다니기도 했으나 여름이 가고 겨울이 되었을 때는 당당하게 걸어 다니고 이제는 매일 밥때에 맞춰서 나타났다. 더는 피해 다니지도 짝을 찾아 헤매지도 않는 것 같았다. 이곳에 정착을 하려는 듯 보였다. 녀석은 성격도 좋아서 그해에 태어난 새끼 냥이들이 자기 조카인지 아는 듯 핥아 주기도 하고 함께 놀아 주기도 했다. 형제인 꼬마와 이웃인 고등어냥이도 어수룩한 턱시도 수컷과도 사이좋게 지냈다. 그렇게 욕심이는 오랫동안 함께 있을 줄 알았는데 추운 겨울의 끝자락에서 급식소에 나타나 마지막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며칠 동안 밥을 먹지 못하더니 녀석도 범백이라는 병에 걸려 떠난 것 같다. 그 해 겨울에 이곳의 대부분의 어린 냥이들과 성묘들 여러 마리가 범백에 걸려 죽거나 동사로 죽었다. 몇 마리는 땅에 붙어 주었고 몇 마리는 어느 구석진 곳에서 사라졌다.

 

 꼬마는 암컷으로 아주 여리고 얍싹 빠른 고양이다. 이 녀석은 일 년도 채 되기 전에 새끼를 낳았다. 몇 마리를 낳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노란색 어린 새끼냥이 한 마리가 죽었는 것을 이곳 병사가 땅에 묻어 주었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가는 것을 봤다. 아마 3~4마리 낳은 것 같은데 두 마리만 남은 것 같다. 새끼들 모두는 어미를 똑 닮아 전체적으로 노란색에 진한 노랑 줄무늬가 있었다. 급식소에 엄마를 따라 사료를 먹고 까미의 새끼들과도 노는 모습을 종종 봤다. 녀석들은 평화로운 오후를 즐기는 듯 보였고 무사히 어른 고양이로 자랄 줄 알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욕심이가 떠난 그 해에 내가 만들어 준 작은 고양이 집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많이 아팠는지 눈을 뜨고 죽어 있었다. 아마도 그 당시 유행했던 범백균에 의해 죽은 듯 보였다. 범백 바이러스가 유행해서  고양이들이 많이 죽던 그해 겨울에 소독약을 사서 급식소 주변과 냥이들이 주로 있는 곳에 뿌렸고 항생제를 사서 먹였어도 무서운 전염성을 띤 바이러스는 막을 수 없었다. 이뿐 만이 아니었다.


 소심한 성격의 막내는 겨울이 오기 오래전 한 여름부터 보이지 않았다. 소심했지만 녀석은 까미를 좋다고 따라다녔었다. 그리고 자신의 새끼들이 태어나는 것을 보기도 전에 사라졌다. 보통은 주변을 맴돌고 돌아올 줄 알았는데 결국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난 것 같았다. 보통 고양이들은 영역동물이기 때문에 음식이 있으면 그곳을 떠나지 않고 살기 마련이다.


마미와 욕심이, 꼬마와 막내 이렇게 한 가족을 나는 꾸러기 가족이라고 불렀다. 이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성묘가 될 때까지 같이 놀았고 "얘들아 밥 먹자" 하고 작게 소리 지르면 함께 모여들었었다. 신나게 밥 먹고 즐겁게 뒹굴며 오랫동안 함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만 두 살이 되기 전에 욕심이 와 막내가 이렇게 빨리 떠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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