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참여

by 박드레

약 복용을 시작하고 한 달 후에 진료실을 다시 찾았다.

약에 대한 반응을 체크하기 위해 주치의가 잡아 준 진료였다.

아이가 약에 대한 부작용이 전혀 없음을 확인하고는 약이 아이와 잘 맞는 거라고 했다.

같은 양을 6개월 처방해 줄 테니 거르지 말고 꾸준히 먹이라고 하셨다.

아이에게 학교 가기 힘들지 않은 지, 친구는 누굴 사귀었는 지를 물으셨다.

아이는 친해진 친구 두 명의 이름을 대며 친구를 사귀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선생님이 "그래? 정말 잘 됐네. 앞으로 몇 명 더 사귈건데?" 하고 물으니 세 명 더 사귀어 다섯 명을 만들 거라고 대답했다.

확실히 작년과는 다른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며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다며 흐뭇해하셨다.

약물도 아이의 학교 생활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다.

아이를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언을 구하려고 했는데, 바쁘신지 자신이 출연한 유튜브 방송을 보고 도움을 받으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TV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 ADHD, 지적장애, 경계성 장애에 대한 방송을 많이 하고 계셨다.

진료 시에는 너무 많은 환아들 예약이 잡혀 있다 보니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하기엔 시간상 부족한 부분이 많으니 방송이 다수의 사람들에겐 빠르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선생님이 출연한 모든 방송을 다 시청했다.

도움이 되는 부분도 많았다.

학습 지도 파트에선 내가 지금까지 했던 방식과 별다른 것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래도 아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 유익했다.

이래서 유명의들이 방송을 하는구나 싶었다.




6개월이 지나 가을이 되었을 때 정기 진료를 하러 병원을 다시 방문했다.

진료 시, 주치의와 심리 상담사가 함께 나란히 앉아 있을 때가 종종 있었다.

심리 담당의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진료의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는 역할인 듯 싶었다.

그날에도 남자분 한 명이 주치의와 함께 앉아 있었다.

2학기에 이르러 아이는 안정적인 학교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작년처럼 집중력이 와르르 무너지는 주기도 없었다.

친구도 제법 사귀어 집으로 아이들을 초대하기도 하고, 스스로 다섯 명을 사귀기로 했던 계획대로 다섯 명의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약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방학 때 나는 아이의 투약을 중단했었다.

비교군이 필요해서였다.

약을 중단하고 학습 태도를 비교해 봐도 큰 차이가 없었기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개학에 맞춰 다시 약을 복용시키고 있었다.


선생님은 아이에게 계획대로 친구를 사귀었는지를 물으셨다.

아이는 신나서 그렇다고 얘기했다.

이런저런 질문을 하시고 아이의 학교에서의 평가가 좋지 않냐고 물으셨다.

학교 담임 선생님은 아이를 예뻐하셨다.

아이가 말을 잘 듣고 활달하며 발표도 잘하고, 글씨도 잘 쓰며, 친구들과도 두루 잘 어울린다고 하셨다.

다만, 아직 친구들과 아주 매끄럽고 세련된 소통은 어려워한다고 하셨다.

나는 그대로를 말씀드렸다.

주치의는 아이의 지능이 분명 많이 올라갔을 거라며 약은 증량할 필요가 없겠다고 하셨다.

그날따라 선생님이 상당히 부드럽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뭔가 급하게 느껴진 부분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오늘 바로 집으로 내려가야 하냐고 물으셨다.

시간이 좀 있냐고 하셨다.

왜 그러실까 의아했는데, 자신이 연구를 하고 있는 게 있는데 우리 아이같이 차분한 아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아주 간단히 안과에서 하는 것처럼 눈동자 사진을 찍으면 된다고 하셨다.

ASD(자폐스펙트럼), ADHD 아동들의 눈동자 반응을 통한 연구라고 하셨다.

난 기꺼이 응하겠다고 했다.


바로 다른 전문의가 우리를 인도하여 옆 건물로 이동했다.

임상의는 나에게 실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다시 해주고 정보 동의서를 받았다.

물론 개인 정보는 3년만 보관하고 이후엔 폐기한다는 조항이 붙어 있었다.

소정의 수고료가 지급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내가 아들을 참여시키기로 결심한 것은, 이 연구가 치료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ASD나 ADHD는 점점 주위에 많아지고 있었는데 정확한 원인 규명이나 치료법 등이 아직도 미흡했다.

단지 유전적인 요인, 환경적인 요인 등등의 모호한 추측만이 반복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선생님의 연구가 치료에 큰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랐다.

눈동자 반응 실험을 간단히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 진료가 있는 날이면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저녁을 먹으러 가는 식당이 있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이탈리안 음식과 초밥을 파는 식당이었다.

아이는 미식가였다.

원래 이 식당은 시내에서 가까운 쪽에 큰 규모로 운영되던 식당이었는데 셰프님이 양식과 한식을 결합하여 조리한 음식을 판매해서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음식 맛이 달라졌었다.

그래서 우리는 방문을 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그 식당과 상호가 비슷한 식당이 외곽에 생겨서 방문을 해 봤는데 맛이 동일했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초기에 식당이 유명세를 타면서 뭔가 다른 투자자와의 사이에 문제가 생겼고, 셰프님은 손을 털고 나와 단독으로 식당을 다시 차린 듯 싶었다.

아이는 놀랍게도 맛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기가 00에서 먹었던 맛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병원 진료가 있는 날이면 항상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집으로 갔다.



아이에겐 남다른 능력이 몇 가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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