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by 박드레

2학년이 된 아들은 1학년 때와는 180도 다른 아이가 되었다.

학기 초 상담을 통해 아이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했는데, 담임 선생님은 아이가 학교에서 너무나 조용하고 학습도 잘 따라오고 있어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

다만,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에 있어 소극적이고, 활발히 소통하지 않는 부분이 눈에 뜨이는데 선생님이 눈여겨보면서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과 엮어줄 생각이라고 하셨다.

아이는 1학년의 경험으로 자신이 친구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면 부정적인 반응들이 돌아오고, 친구를 사귈 수 없단 사실을 깨닫고 이미지 관리를 하며 노력하고 있었다.

일 년 사이에 아이가 부쩍 성장했다는 증거였다.


예약된 진료일이 다가와 아이와 내원했다.

나는 아이가 그동안 인지적 부분이 많이 성장했기에 선생님께 웩슬러 검사를 올해 다시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작년엔 아이의 컨디션이 엉망이었고 아이는 생일이 빨라 유아들용이 아닌 초등생 이상이 하는 검사로 했기 때문에 당연히 수치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선생님은 단호한 어조로 그건 자신이 판단할 일이라며 검사를 자주 하는 게 좋은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또, 당연히 한 번의 검사로 어떻게 진단을 확정할 수 있겠냐며 내년쯤에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 기다리라고 하셨다.

그것보다 아이에게 약물을 써보자고 하셨다.

아이가 그날따라 전에 없이 선생님 앞에서 산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학교에선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굳이 약물을 사용해야 되냐고 반문했다.


-어머니, 작년에 겪어봐서 아시잖아요.

증상이 호전되다가도 또 언제 확 무너질지 몰라요.

지금 학기 초인데 약물을 소량 사용해서 아이가 학교 생활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이한테 잘 맞을 약이 있어요. 일단 최소량으로 처방해서 부작용 있는지 보고 차츰 양을 늘려 가죠.


나도 이미 약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이가 너무 어리고 아이 스스로 자신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보였고, 무엇보다 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너무 많이 듣고 있어서 꺼려졌다.

또, 한 번 약을 시작하면 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부정적인 피드백이 많이 사라지기에 중단할 수 없다고 하는 후기들이 많았다.


-어머니, 약을 쓰면 분명 더 좋아질 수 있는데 왜 망설이세요?

치료할 수 있는데 그냥 두는 건 방임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피가 거꾸로 올라오는 것 같았다.

방임이라니! 선생님은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노력해 왔는지 아시냐고,

선생님껜 이 아이가 하루에도 수십 명씩 대하는 수많은 케이스 중 하나일 뿐이지만 내겐 전부예요!

선생님 아이라면 쉽게 약물을 사용하실 수 있겠어요?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참고 있었다.

힘들게 결정한 주치의였다.

앞으로 계속 맡길 수밖에 없는 담당의였다.

그녀의 판단을 믿고 가지 않는다면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갈 수도 있었다.

내가 계속 망설이자 선생님은 약에 대한 설명을 했다.

도파민 분비를 조절해서 아이를 조금 침착하게 만드는 약이라고 부작용도 적은 약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최소량이니 큰 변화가 안 느껴지고 조금 차분해졌네 정도일 거라고 밤에 복용하고 자는 약이라고 하셨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자 선생님은 처방해 드릴 테니 일단 2주는 꾸준히 복용해서 반응을 잘 살펴보고, 이상이 없으면 한 달 복용하고 그 후에 다시 보자고 하셨다.

약을 처방받아 약국에 가서 약이 나올 때를 기다리면서도 나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아이가 스스로 노력하고 있었고,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시점에 약을 먹여야 하나 계속 의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전문가가 아니었고,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맞는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와 처방받은 약을 검색해 보니, ADHD약이 아닌 신경안정제 아빌리파이였다.

ADHD 환자에겐 처방하지 말라는 문구도 있었는데, 요즘은 ADHD 환자에게도 처방해서 효과를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러 가지 후기가 있었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많이 보였다.

여전히 망설여졌다.

그날 저녁을 먹이고 아이에게 2mg 한 알을 먹였다.

밤새 아이를 지켜보느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침에 아이가 일어났을 때, 아이는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지 않냐고 물어보니 괜찮다고 했다.

아이를 등교시키고도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선생님께 문자로 아이를 잘 지켜봐 달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선생님이 연락해 오실 터였다.

그날 아이 하교를 기다리며 얼마나 맘을 졸였는지 모른다.

아이는 전과 마찬가지로 활기차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로 빠짐없이 아이에게 약을 복용시켰다.

다행히 아이는 부작용 없이 잘 받아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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