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바라보며,나에게 말하다"

by 라니 글을 피우다


말할 곳이 딱히 없는 나에게,조심스럽게 말을 건다.

누구에게도 쉽게 꺼낼 수 없는 마음이라.이렇게 나에게 말해본다.

아휴.슬프다.

어쩌다 이런 생각까지 들게 됐을까.

“나이 먹으면 죽어야 한다”는 말이,

요즘은 빈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예전엔 그냥 지나치던 말이었는데,

이젠 가슴속에서 묵직하게 울린다.


아이들은 태어난 것만으로도 세상의 축복처럼 여겨진다.

움직임 하나,

옹알이 하나에도 사람들의 마음이 쏠린다.


그런데 노인은.... 점점 투명해진다.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어느 순간‘귀찮음’이라는 감정이 먼저 올라온다.

그 생각이 스스로 를 더 미워하게 만든다.

아버지 어깨는 굽고,

말수도 줄었고,

여기저기 아프다는 말만 늘어간다.


병원도 자주 다니시지만,나아지는 건 없다.

병명이 붙어도,

치료가 있어도,

결국 ‘낫는 병’이 아니라는 걸 자꾸 실감하게 된다.


아버지는 요즘 아이처럼 감정 표현을 자주 표현하신다.

서운함도,

외로움도,

몸이 힘든 것도 자꾸 티가 난다.


그런데 이상하게..... 손길이 덜 간다.

어릴 적 내가 아프다고 울 때,

당신이 다정하게 어루만져줬던 그 손길을

나는 왜,

쉽게 내밀지 못할까.

그게

슬프다.


그게 죄스럽고,

외면하고 싶은 진심이다.


무엇보다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건,

아버지가 내 손길을 여전히 필요로 한다는 걸

너무도 선명히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눈빛에서,

표정에서,

잠시 내민 손끝에서,

나는 그 마음을 알아차린다.


그런데 몸이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심적으로는 얼마든지 안아드리고 싶은데,

현실의 나를 따라주지 않는 게 너무나 죄송스럽다.

죄책감은 자꾸 쌓이고,

마음은 더 깊이 젖어든다.

나도 어느새 나이를 먹고 있다.

거울 속 내 얼굴에 낯선 주름이 보이고,

마음은 자주 무너진다.

‘이 나이 먹고도...’라는 말이 스스로 를 옥죈다.

그런데 이 모든 감정은 방향을 잃은 채 공중에 맴돌 뿐이다.

노인을 모신다는 건 단순한 효심이 아니었다.

현실은 훨씬 더 무겁고,

복잡하고,

말로 하기 어려울 만큼 감정이

엉켜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뚜렷한 해답이 없다는 것이

숨 막히게 만든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우리는 모두 그 길 위에 서 있다.

그래서 더 두렵고,더 슬프다.


이 감정을 어디에 내려놓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나이가 든다는 건 단순히 시간이 흐르는 게 아니었다.

몸이 아프고,마음이 외로워지고,세상의 중심에서

조금씩 밀려나는 일.

그 자리에서 서 있는 아버지를 보며,

그 뒤를 따라가는 나 자신을 본다.

내가 손 내밀지 않으면,아무도 따뜻하게 잡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이제야 조금씩 배워간다.

무거운 감정들이 가슴 깊이 내려앉을 때,그저 안고 가보려 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마음만은 놓치지 않으려 한다.

사랑은 결국,

다시 손을 내미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를 향한 마음#늙어간다는 것#부모와 나의 거리#가족이라는 이름

#사랑은 손을 내미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