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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Nov 07. 2024

아침은 항상 새롭다.

64번째 아침을 맞으며, 유심재에서


아무 소리도 없는 고요함 속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이른 시간 아침 인사를 해주던 새들도 와주지 않았다.

조그만 창문 사이로 잠겨있는 내 눈을 찌르던 햇빛도 와주지 않았다.

아무 소리도, 신호도 없는 아침, 고요함 속에서 몸의 짐작으로 일어난다.     


유심재의 아침은 초록이다.

창문을 열고 밖을 보면 주위는 온통 초록이다. 자연 그대로다. 그러나 자연도 겨울을 맞이하는 듯 조금은 아쉬운 초록이다. 마당의 잔디밭도 군데군데 누런 곳이 보인다. 계절을 모르는 대나무들이 유심재를 둘러싸고 있기에 멀리 창틀 안에서 보는 마당은 아직도 초록이다. 누구에게나 초록은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시련을 겪으면서 초록이 연해질 뿐이다.


유심재의 아침은 차가움이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차갑다. 며칠 전 일기예보에서 이번 주는 차가운 날씨라 했다. 맞다. 지금은 11월 초겨울이다. 얼른 방으로 들어와서 옷을 껴입었다. 다시 밖으로 나가니 싸한 공기가 얼굴을 강타한다. 손으로 얼굴을 비볐다. 그래도 싫지 않은 차가움이다.

아침의 차가움은 신선함이다. 아무도 닿지 않았던 처음 공기라 신선하고, 더 차갑게 느껴진다. 차가워도 싫지 않은 공기다. 춘하추동 어느 계절에도 아침 공기는 차갑고 신선함을 가져다준다.


유심재의 아침은 고요함이다

오늘 아침은 새소리, 바람 소리, 인간의 문명의 소리 그 어느 소리도 없다. 태고의 적막함이다. 소리에 익숙한 우리이기에 이런 고요함은 어색하기만 하다. 아니 두렵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광활한 대지에 혼자 버려진 느낌이다. 어느새 우리는 자연 속의 하나가 아닌 문명 속의 하나가 되었다.


오늘 아침은 바람 한 점 없다.

모두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부동자세다. 그러나 어색함이 없다.

휘어진 대나무는 휘어진 대로, 고개 숙인 작물들은 작물대로, 한창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국화는 기울어진 채로 있어도 조금도 어색함이 없다. 자연은 자연스럽다.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눌렀다.

귀에 익숙한 클래식기타 음악이다. 조금은 퉁명스럽기도 한 듯한 클래식기타의 나이론 줄이 손끝에서 울리는 소리는 나에게 차분함을 준다. 분명하지만 때로는 복잡한 울림을 주는 소리다. 아침 시간, 조용함을 찾고 싶은 시간, 뭔가를 정리하고 싶은 시간에는 클래식기타 음악을 찾는다.    

 


긴 밤을 지새우고 아침 이슬을 머금은 마당의 국화는 한껏 이쁨을 자랑하고 있다.

나도 오늘은 저 국화만큼 찬란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

내 기억 속에 아주 오랫동안 기억될 하루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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