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한 들불축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by 노고록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 북제주군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애월읍 어음, 구좌읍 덕천 등 장소를 옮기면서 개최하다가 4회부터 지금의 장소인 애월읍 봉성리 평화로변 새별오름에서 하고 있다. 새별오름 주변에는 매년 축제를 위한 기반시설로 주차장과 화장실 등 인프라를 확장 구축했다. 평상시에도 새별오름은 들불축제장으로 인식하고 있고, 축제가 없더라도 새별오름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축제는 매년 3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원래는 전통적인 의미가 있는 정월 대보름날 개최했으나 추위 때문에 일정을 3월로 조정했다. 축제 마지막 날은 기생 화산인 새별오름에 들불을 놓고 오름 전체를 완전히 태운다. 제주 중산간을 붉게 물들이면서 타오르는 들불은 제주 관광의 꽃이 된다. 들불 축제는 제주 최대의 축제로서 정부에서도 인정해 주는 축제다. 축제는 처음 시작한 북제주군을 승계한 제주시가 주관이 되어 진행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제주도민 전체가 참여하고 기다리는 축제다.


축제의 기원인 들불은 제주 목축문화인 방애불(들불)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방애불(들불)’은 제주 선인들이 거친 환경을 극복하며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해 자연과 호흡을 같이 해 온 역사의 산물이다. 새봄이 찾아올 무렵 소와 말의 방목지에 불을 놓아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 가축에게 먹이기 좋은 풀을 얻고, 불에 탄 재는 비옥한 땅을 만들어 농사를 일구는 등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이어왔다.






축제 때는 제주시 읍, 면, 동 별로 각각 마을 부스를 운영한다.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와 응원단에게 간단한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물론 행사장을 찾는 마을주민들도 무료로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다. 운영은 대부분 마을 부녀회에서 운영을 한다. 국수와 삼겹살(구운 거와 물에 빠진 수육)에 막걸리와 소주 한잔을 하면서 동네사람들과 회포를 풀 수 있는 분위기다. 마을의 특산물을 자랑하는 자리라, 마을에 따라서는 뿔소라와 전복, 사시미 한 접시를 먹을 수 있는 행운이 있는 곳도 있다.


우리 마을 부스에서는 이미 9시 버스로 온 동네사람들이 한 그릇씩 하고 있었다. 입구에서는 뿔소라를 굽고, 옆에서는 오겹살을 연신 굽고 있었다. 이런 곳에 오면 고기를 굽는 사람들이 힘들기는 하지만 배분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고 있어서 아는 사람이면 안 하던 인사도 크게 하게 된다.


부스에 들어서면 인사를 하고 악수 나누기가 바쁘다. 어제 만났던 사람, 작년에 봤던 사람, 몇 년 만에 보는 사람들 말 그대로 동네잔치를 하는 모습이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배달의 민족을 부른 것도 아닌데 국수와 잘 구운 오겹살 한 접시에 정갈한 기본 만찬이 직송된다. 오늘은 오겹살도 구운 것과 삶아서 익힌 수육 2가지를 준비한 모양이다. 조금 있으니 뿔소라도 한 접시 올라온다. 후다닥 멸치국수 한 그릇을 치웠다. 오늘은 구운 오겹살 맛이 아주 좋다. 어느 누가 구웠는지 이따 가서 소주 한잔을 줘야겠다.


읍, 면, 동 부스들은 몽골천막으로 연달아 붙여서 설치해 있다. 좌우로 옆동네 부스를 설치해 놓은 까닭에 앉아있자면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옆동네 친지를 만나는 행운도 있다.


"어 오랜만이네, 너네 동네 뭐 먹을 거 이서?"

"우리 동네, 오분재기들 구웜신디.. 이래오라 한잔 허게"


이렇게 해서 시작한 한잔은 한 병이 되고, 이 사람 저 사람 인사하다 보면 거대한 회식자리가 되어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때쯤 이미 취기가 오른 상태로 다음에 한잔하자고 말을 하면서 헤어진다. 여기서 다음은 내년 들불축제 이 자리가 되리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매년 행사프로그램에는 읍·면·동 대항 집줄놓기, 윷놀이, 줄다리기 등의 민속 게임이 포함되어 있어서 마을 단위 참여가 필수다.


예전 제주도의 집들은 지붕이 대부분 초가였다. 초가지붕은 태풍과 같은 거센 바람에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굵은 집줄로 지붕을 바둑판처럼 단단히 얽어맸다. 초가집을 얽어매는 줄을 ‘집줄’이라고 한다.

지붕을 덮는 데는 ‘새’(띠)를 이용하고 줄을 만드는 데는 ‘각단’을 쓴다. 각단은 새보다 길이가 짧은 것을 말한다.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각단과 호랭이를 사용하여 한 갈래 얇고 긴 줄을 만든다. 이 한 갈래 줄은 "뒈치는 도구"를 이용하여 서로 연결하고 꼬아서 꿇고 단단한 줄을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이 집줄놓기다.


집줄놓기 경연은 "이 줄을 누가 누가 단단하고 정해진 시간 내에 많이 만드느냐"하는 마을 대항 경연이다. 각 마을 대표선수들 4명 (남 2, 여 2)이 제주도 전래 복장인 갈중이를 입고, 고무신을 신고, 머릿수건을 하고 참여를 하게 된다. 최대한 옛것을 찾아보겠노라는 생각인 것 같다. 복장을 제대로 했는지도 채점을 한다고 한다. 집줄놓기는 지금은 없어진 일이라 마을대표선수들의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회 소속분들이다. 다년간 출장 경험을 가지신 베테랑 들이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마을에 초가집들이 있어서 가끔씩은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진짜로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다.

경연을 시작하니 난리다.

줄을 꼬다가 끊어지는 마을, 꼬아지지도 않는 마을, 15M를 만들어야 하는데 짧따고 더하라고 난리치는 마을..

원래 이런 경연은 응원단이 목소리가 더 큰 편이다.

오랜만에 마을과 사람들의 활력 넘치는 외침을 들을 수 있는 것 같아서 즐거웠다.

오늘 온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축제 마지막 날은 하이라이트로 오름 전체를 방화한다. 이 프로그램이 문제시 되고 있다.

바싹 마른 들판에 오름 하나를 태운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축제 초기 정월대보름날은 추위가 한참 있는 겨울이었다. 방화를 하더라도 확산될 우려가 지금보다는 적었다고 한다.


지금도 경남 하동에 난 산불이 진압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산림청에서는 건조주의보를 내렸다. 제주 들불 축제는 이미 많은 경험을 하면서 비상시를 대비한 노하우를 축적했고 만일의 사태를 준비한다지만 목축지에 방목하는 거라 매년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오늘 아침에 제주시장이 이번 들불 축제에 "오름 불놓기는 전격 취소"를 한다고 발표했다.

아쉬움과 불만의 볼맨소리들이 나온다. 이미 행사는 시작이 되었고 오름 불놓기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었는데 왜 이제야 취소하느냐는 주장이다. 시에서도 정부의 방침에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말이다.


저녁시간 뉴스다. 들불축제는 환경을 많이 훼손하니 취소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헤드라인이다.

그 보다 더 큰 가치를 살리는 방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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