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물가는 누가 올려놨을까?

by 노고록

" 제주도는 물가가 너무 비싸, 관광지라서 그런가? "

제주를 왔다가 가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같은 비용으로 외국여행을 할 수 있음에 제주관광객이 줄어들었다는 뉴스도 있다.


제주의 물가는 원래 높다. 일단 단순한 논리다. 바다를 건너와야 하는 물류비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작고, 가벼운 3,000원짜리 액세서리를 사더라도

기본택배비 3,000원에 추가택배비 3,000~5,000원을 추가해서 내라고 한다.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다.

실제로 3,000원짜리 조그맣고 가벼운 물건을 제주로 보내는데 6,000원~8,000원의 배송비가 드는지는 모르겠다. 관련자료와 권익위의 발표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http://www.headlinejeju.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7441


제주에서는 선거 때마다 "택배비 인하나 정부지원"이 선거공약이 되고 있다.

시민단체나 정당의 주관으로 도민들의 서명운동을 한 적도 있다. 당연히 나도 서명을 한 것 같은데 변화는 없다. 제주에서 높은 물가의 주범은 1차적으로 거의 폭리 수준인 배송비인 게 맞는 듯하다.



2000년대 초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첫째를 데리고 대학로 레스토랑에 갔다. 학교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고기를 제대로 못 먹었을 것 같아서 돼지고기로 사주고 싶어서다. 갈빗집은 아니고 레스토랑이었다. 정확한 메뉴는 기억이 안 나는데 2인분을 주문했다. 돼지고기를 익혀서 도마에 토막으로 1인분씩 나오는 곳이었다. 2인분이니까 자그마한 도마에 두 토막이 나왔다. 음식이 나온 걸 보자 나는 순간 당황했다. 너무나 적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한 입 거리였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나도 뭘 먹어야 함에도 차마 손을 델 수가 없었다. 같이 먹자는 딸애의 요구에도 "나는 배가 부르다"는 핑계 그저 묵묵히 앉아서 기다린 때가 있었다.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었다. 그때 그 메뉴와 가격은 당시 나에게 충격이었는데 제주에서 그런 경험을 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제주로의 이주바람이 불기 시작한 2014년 넘어선 지금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 제주에서 갈비를 먹듯이 서울에서는 먹을 생각을 하지 말아라. " 애들이 서울생활을 하기 시작할 즈음 애들이 제주에 오면 늘 하는 얘기다. 애들이 제주에 오면 가장 먼저 갈빗집에 데려가서 고기를 마음껏 먹도록 했다. 우리 가족의 외식 단골메뉴는 동네 갈빗집이다. 1주일에 두어 번, 특별한 이벤트가 있으면 으레 찾는 곳이다. 우리 가족 5명이 가서 기본 1인분씩을 주문해서 먹는다.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추가로 1~2인분만 주문하면 먹다가도 남았다. 가족들이 모두 식사량이 많지는 않지만, 보통은 하는 편이다.




제주로의 이주바람이 불면서 이주민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 게 요식업이다.

차를 타고 교외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사람들이 모여 살지 않는 해안도로나 중산간 지역, 밭과 밭사이, 큰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농로 깊숙한 곳, 과수원사이에도 정체불명의 집들이 수두룩하다. 보아하니 모양이나 크기가 최근 건축물이다. 여기가 집을 지어서 살 거라고 생각지도 못하는 곳들이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새집들이다. 일반 주택의 규모를 벗어난 큰 건물은 대부분 상업용이다. 카페, 커피숍, 레스토랑, 분식집, 페스트후드, 다양한 음식점들이다. 그동안 제주에서는 듣도 보도 못했던 형태의 가게들도 많다. 메뉴나 인테리어를 젊은 관광객들이 찾을만하게 트렌디하게 해 놓았다. 간판이나 분위기만 보면 무슨 가게인지 애매한 곳도 수두룩 하다.

" 과연 여기를 어떻게 알아서 손님이 찾아올까? "

" 여기서 장사가 되나, 하루에 얼마를 팔지, 먹고살 수 있나? " 처음부터 끝까지 의문 투성이다.



제주에서 돈사돈이라는 갈빗집은 관광객들 사이에 매우 핫하다.

제주 관광을 왔다가 돼지갈비를 먹는다 하면 반드시 가야 하는 성지쯤이다. 음식가격은 많이 비싼 편이다. 다른 음식점에서는 그 반가격으로 얼마든지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모두 다 돈사돈 가격이다. 그보다도 비싼 곳도 힘들지 않게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평가절상이 돼버렸다. 같은 음식 다른 가격이다.


돼지고기에 이런저런 요리방법을 가미한다. 새로운 이름으로 네이밍 하고 가격도 달리해 버린다. 가격을 정하는 것은 주인장 마음이다. 이런 곳에서는 음식이 실제로 나오기 전까지는 음식의 정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음식의 양을 정하고 가격을 정하는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다. 아마 굉장히 주관적일 것으로 추측한다.

지금도 갈빗집에서 돼지고기 1인분을 주문하면 음식점에 따라서 100g에서부터 300g까지 어떤 곳은 300g 이상이 나오는 곳도 드물지 않다. 과거에는 갈비를 몇대로 주는 곳도 있었고, 500g이 넘게 주는 동네 가게도 종종 있었다. 갈비 1대를 주문하면 한 사람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나오는 곳도 있다.

예전에는 제주에서 판매하는 돼지고기는 거의 제주산이었다.

이제는 수입산을 판매하는 곳도 많아졌다. 가격이 조금 저렴하거나 양이 많다 하면 수입산이다. 제주산은 이젠 프리미엄이 되어버렸다. 이젠 동네 음식점들도 대충 이런 추세를 따라간다. 그러니 가격이 전반적으로 인상이 되어버렸다.


원래 관광지는 물가가 비싸다고 한다. 대부분 일회성 손님으로. 분위기 싸움이니까 그렇다고 한다.

이제는 관광객들이 렌터카를 이용해서 도민의 숨은 맛집까지 점령했다. 허름한 동네 맛집의 음식 가격도 관광지 가격이 되어 버렸다. 가만히 있던 동네주민들이 비싼 돈을 주고 먹어야 할 판이다. 이건 관광지에 사는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거다.


이젠 제주도의 물가는 관광지 물가가 일반물가가 되어버렸다.

관광객들만이 아니라 제주도 사람들도 그 물가 속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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