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림 숲터널이 아름다운 드라이브 길..

5.16 도로 숲길 드라이브를 하고 나서

by 노고록

서귀포 가는 길, 오랜만에 5.16 도로를 달렸다.

도로의 공식명칭은 1131번 지방도지만, 제주에서는 처음 건설된 국도다. 보통은 횡단도로라고 붙렀지만, 또 하나의 횡단도로인 1100 도로가 생기면서 제1횡단도로라고도 불렸다.

5.16 도로라는 명칭은 5.16 군사 쿠데타 후 최초로 포장공사를 한 도로라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도로 곳곳에는 5.16 도로라는 기념비들이 있었으나 역사의 변곡점을 지나면서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5.16 도로에 대한 이름을 사용하지 말자는 주장도 있다.


5.16 도로는 한라선의 7부 능선을 따라서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연결한다. 11리 길, 약 44km 구간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길이라 한다. 산등성이를 넘어서 서귀포와 제주시를 오가는 상인이나 관리들이 다니던 길인 듯 싶다. (1911년 발행된 "남선보굴제주도"에 제주성내와 서귀포를 가는 통로라고 나옴) 그 후 여러 가지 용도로 개발, 사용되다가, 1963년 5.16 정부가 "횡단도로포장공사"라는 명칭으로 도로정비를 하고 아스팔트 포장을 함으로써 지금의 도로가 되었다.


여름철 5.16 도로의 한라산 구간은 녹음이 우거진 숲터널로 드라이브하기에는 지금이 최적이다. 시내를 벗어나서 본격적인 한라산 허리에 진입하면 짙은 녹음구간이 펼쳐진다. 회색빛 아스팔트길에서 짙은 녹색의 녹음을 뚫고 툭툭 나타나는 파란 하늘을 보면서 달릴 수 있다. 비슷한 도로를 달리는 느낌이나 이상하게 지루하지가 않다. 길가의 수목은 자연림이다. 크고 작은 자연림 나무들이라 화려하거나 웅장하지는 않지만 꽉 찬 느낌이다. 오밀조밀하다. 그런 모습이 도로를 달리는 사람들에게 더 친근감을 준다.


5.16 도로는 아리랑 고개다. 그러기에 교통사고가 적다(?)


5.16 도로는 구불구불한 오르막 내리막 길이다. 말 그대로 아리랑 고개다. 그 옛날 걸어서 높은 한라산을 넘어가야 하기에 부담을 덜기 위해서 산허리를 빙글빙글 돌면서 넘어가게 만들어져 있다. 급커브도 많다. 어떤 곳은 커브 각도가 100도를 넘는다. 여기서는 원심력으로 자동차가 차선 밖으로 밀린다. 조금만 방심하면 반대 차선의 차와 충돌한다. 이런 구간에서 오르막 내리막의 경사길을 만나면 무심코 조상님을 찾게 된다. 그러기에 교통사고가 많을 것 같은데 그렇치 않다. 아마 도로 전체가 급커브라 과속할 수가 없고, 더욱 조심조심 안전 운전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로는 처음 1차선이었으나 급커브로 인한 교통사고가 빈번해서 1970년대 2차선으로 확장공사를 했다.


제주시에서 출발을 하면 성판악까지는 오르막길이고, 그다음 서귀포까지는 내리막 길이다. 경사도가 높지 않은 길, 서서히 오르고 내리는 길이다. 큰 위험 부담은 없다.

5.16 도로는 길의 특성으로 모르는 초행길 운전자에게는 위험하다. 그러나 주변경관이 좋고, 특히 한라산 정상 등반이 가능한 성판악코스를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초행길 운전자도 많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교통사고가 우려와 같이 많지는 않으나, 사고가 발생하면 인명사고가 따르는 대형사고가 된다.



돈을 내야 다닐 수 있었던 길

제주에 유료도로는 없다. 5.16 도로는 국도지만 처음에는 통행료를 받았다. 톨게이트는 견월악 앞 길가운데에 있었다. 1972년부터 1982년까지 요금을 내야 다닐 수 있었다. 국도에서 요금을 징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건설부의 의견으로 1982년 말 폐지됐다. 내가 통학하던 중간에 톨게이트가 문을 닫고, 건물은 그대로 둔 채 요금을 안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톨게이트 건물도 없어지고 그 옆에 빈 공간만 있다.


2023년 4월의 5.16 도로는 어떤 맛일까?


제주시에서 서귀포를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주로 출발점과 도착점의 위치에 따라서 노선을 택하면 된다. 오늘은 제주시 출발점이 5.16 도로와 가까운 제주대학교 병원이다.

시내를 벗어나 제주대학교와 국제대학교를 넘어서니 바로 숲길이다. 길가 가시덤불 속에서 자란 자연림들은 무성함이 넘쳐 지나가는 나그네의 머리까지 덮어주고 있다. 좌우 녹음의 숲을 헤치고 파란 하늘을 보면서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는 목적지를 향해서 달리는 기분도 괜찮기는 하다. 인공이 만들어 놓은 숲터널하고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아기자기하고 자연스러운 모습, 편안함이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골프장과 한라생태숲 앞을 지나서니, 영주 10경의 하나인 고수목마를 볼 수 있는 제주마방목지가 나온다. 한가로이 말들이 풀을 뜯고 있다. 트래킹 코스로 유명한 사려니 숲길로 가는 길도 5.16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표지판이 있다.


등반코스로 유명한 성판악코스는 백록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코스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코스다. 특히 겨울철에는 눈 쌓인 백록담을 보려는 등반객들이 연일 북새통이다. 주차장은 등반객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성판악 주위 동서로 1KM 구간 길가가 노면주차장으로 변할 때도 있었다.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지자 길가에 주차를 못하도록 안전봉을 설치했다.

현재 한라산 백록담 등반은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정상을 갈 수 있는 성판악코스, 관음사 코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미리 예약을 하지 않고서는 코스입장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오늘 성판악 주차장은 여유롭다.


성판악을 지나 서귀포 방향으로 조금 가면 5.16 도로의 명물 숲터널이 나온다. 고불고불한 길에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길가를 완전히 나무숲이 덮어 버렸다. 도로가 왕복 2차선으로 여유가 없다. 단지 차를 운전해서 지나갈 뿐 내려서 사진을 촬영하거나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아쉬움이 있는 곳이다. 그런 아쉬움이 있기에 더욱 그립고 아름다운 곳인지도 모른다.


여기를 지나면 본격적인 아리랑길이다.

커브길, 내리막길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주위에 나무들이 많지 않던 시절에는 고불고불한 길이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리랑 고개라고 불렀다고 한다. 내가 통학하던 시절만 해도 지금 같이 수풀이 우거지지 않은 때라 아리랑 고개 모습이 보였다. 내리막길 운전이라 조금은 여유가 있지만 이 길을 올라오는 운전은 더욱 어렵다. 내가 처음 운전하던 시절이다. 수동변속기 차를 타던 시절 변속하랴, 동산 오르랴 무척이나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3단 이상을 변속한 기억이 없다. 그래도 지금은 자동변속기라 기아변속에 대한 수고는없이 힘을 주어 달린다.

초창기 수목이 없을 때.. 아리랑 고객 모습이 보인다/출처 : 제주건설사

낯익은 서귀포에 다다른다. 오랜만에 달려본 5.16도로는 예전 그대로다.

자연이어서 그럴 것이다. 나에게 20대의 감성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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