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방황하던 시절, 내 감성을 보듬어주던 노래..

LP 소리가 유난히 그리운 노래

by 노고록

그 사람이 좋아하는 노래, 듣고 있는 노래를 알면 지금 그 사람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음악은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같이한다. 때로는 감정의 표현으로, 때로는 감정을 보듬어주는 역할을 한다. 기쁠 때는 기쁨이 있고, 흥이 있는 노래를 찾을 것이고, 춤을 추고 싶을 때는 춤을 출 수 있는 신나는 댄스곡을 찾을 것이다. 연애를 할 때는 사랑의 노래를, 센티멘탈해질 때는 감성적인 노래를 찾는다. 또한 슬플 때는 자기의 슬픈 감정을 대신 얘기해 주고, 달래줄 노래를 찾을 것이다. 그래서 항상 우리 곁에는 음악이 있다.



나는 보통 음악을 기억할 때 노래가사보다는 제목에 먼저 필이 꽂히는 타입인 것 같다.


제목은 노래가사를 함축적으로 표현해 주는 것이라서 보통 제목과 가사는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제목이 아리송하게 뽑히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은유적, 비유적인 표현으로 노래 제목이 만들어지는 경우다. 아니면 가사 중 키워드를 빼내서 그냥 제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게 트윈폴리오의 웨딩케익이다. 다들 결혼식 축가로서 웨딩케익을 떠올리지만 실제 가사내용은 정반대다. 웨딩케익을 놓고 간 옛 연인을 못 잊어서 그리워서 부르는 노래, 노래제목만 보고 결혼식 축가로 생각했다가는 난리가 난다고 가수는 얘기한 적도 있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나 어떡해"나 "그대로 그렇게"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슬픔을 노래하는 가사말이 아닌 그냥 "나 어떡해"라는 제목, "그대로 그렇게"라는 제목으로 그 노래를 좋아한다.


팝송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짧은 영어실력에 가사 내용을 전부 알고 팝송을 듣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팝송이 국내에 번안되면서 정 반대의 의미와 분위기로 편곡되는 경우도 많다.

내 기억 속 첫 팝송은 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입속 중얼거림으로 들었던 Beautiful Sunday라는 노래다.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던 그 친구는 항상 이 노래를 부르면서 흔들면서 다녔다. 신나는 멜로디에 중독성 있는 노래로 교실에서 한참 인기가 있었다. 지미 오스몬드의 Mother of Mine, 입이 큰 가수 존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s 등도 팝송을 처음 접하던 시기 들었던 음악들이다.


음악의 저장고였던 음악다방이 있었기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에 젖어 있을 때 혼자만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음악의 무한한 갈증을 풀 수 있는 음악다방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던 시절이었다. 갑자기 다가온 자유에 방황이 시작되고 왠지는 고독하고 외로워지도 하지만 어떤 날은 이 세상의 모든 고뇌를 지고 기야할 정도로 사회적 책임감이 철철 넘치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세상이라는 백지에 매일 변하는 감정을 같이 풀어놓을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던 시절이었다. 음악다방은 순간순간 변하는 이런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세상에 표출해 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자 안식처였다.


세상을 sailing 하고 싶은 날


아무런 목적지 없이 그냥 떠나고 싶은 날이 있다.

왠지 고독해지면서 세상이 나 혼자뿐인 느낌, 망망대해 한가운데를 휘젓고 다니고 싶을 때는, 로드 스튜어드의 sailing을 신청한다. 곡이 시작하자마자 들리는 웅장하고 날카로운 관악기, 스코틀랜드의 백파이프 소리가 내 가슴을 쿵쿵 울려준다. 출항신고다. 노래는 장엄하면서도 애절하다. 진짜 배를 저어 나가는 듯한 서사적인 분위기다, 천천히 배를 젓는 듯한 느리고 묵직한 템포는 이상하게 나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리고 가끔씩 들려오는 가수의 허스키한데 감성적인 목소리는 진짜 그리움과 외로운 함해를 하고 있음을 나와 동기화시켜 준다. 바다가 출렁이듯 출렁거리는 연주는 외로운 나를 같이 출렁거리게 만든다. 다방문을 밀치고 들어갔을 때 마침 이 음악이 흐르고 있다면 다방 안은 거대한 갑판같이 느껴진다.


극과 극은 통한다. 슬픔은 슬픈 얘기로 승화시킨다.

The Saddest Thing이 듣고 싶은 날


가끔은 혼자 이 세상의 모든 고뇌를 짊어진 슬픈 날은 Melanie Safka의 The Saddest Thing을 신청한다.

LP에 전축의 바늘이 다소곳이 눌러앉는 순간 들려오는 어쿠스틱 기타의 홀로 깊은 울림은 제목 그 자체다. 통기타(Acoustic Guitar) 반주와 가수의 청아하지만 떨리는 듯한 목소리가 전부인 노래, 꾸밈이 없어 순수 그 자체에기에 더 슬픈 감정의 노래다. 단순하고, 섬세하고 나지막한 보컬 자체가 고독과 슬픔 자체를 극대화한다. 왠지 노래를 듣고 있자면 차라리 차분해지는 이유는 무슨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듣고 나면 차라리 카타르시스가 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일어선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듣는지도 모르겠다.

다운로드 (2).jpg


세상의 혼돈을 느낄 때, 내가 뭘 하고 싶을 때- Bridge Over Troubled Water


Simon & Garfunkel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나에게 좀 다른 의미를 준다. 어쩌면은 앞의 두 곳의 노래와는 좀 다른 의미다. 내가 힘들고 지칠 때 뭔가의 도움과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찾는 노래다. 쿵쿵 울리는 피아노 반주가 왠지 마음에 울림을 준다. 갈수록 점차 커지는 피아노와 가수의 노래는 뭔가는 헤쳐 나가야 할 희망과 열정을 준다. 일어서야 함을 느끼게 해 준다. 마지막에는 마치 떼창이라도 해야 할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팝송, 대중가요라기보다는 일종의 가스펠송이나 클래식 같은 분위기를 주면서 내 마음을 차분하게 정리해 준다. 힘을 얻는 노래로 부르고 마치는 분위기는 양희은 가수의 아침이슬과도 흡사하다.



음악다방, 죽돌이 시절 나를 지켜주었던 몇 안 되는 팝송들이다.


혼자 다방에 들어서는 것도 어색하지 않았다.

눈치를 보거나 어색할 것도 없었다.

금방 누가 들아오지 않아도 걱정이 없었다.

빈 테이블에 엽차 한잔과 신청곡을 적을 조그만 메모지만 있으면 되던 시절 이야기다.


세 곡 모두 시대를 초월하여 많은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명곡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 가슴속에 남아있는 젊은 시절의 배경 음악이다.

지금도 내가 온전하게 기억하는 것은 노래에 얽혀있는 나만의 스토리와 서사가 있기 때문 일 것이다.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06화『그대로 그렇게』와 닿았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