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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희주 Jun 16. 2023

질병, 난임 그리고 조기 폐경

6. 난자가 부족한 병


 인공 수정 시도 후 시간이 흘러 아이에 대한 집착도 잠시 내려놓은 채 남편과 나는 서로 각자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에 들어오면서 우리의 부부사이의 갈등은 더욱 심해져만 갔다. 활달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남편의 사업에 피해 가지 않기 위해 집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로 직장도 잘리고 집에만 있는 것은 나에게 감옥 같았다.



 “오빠 고생 많았어! 얼른 씻고 와서 저녁 먹어!”



 집에서 하루 종일 심심했던 나는 남편의 퇴근이 너무나 반가웠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남편을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며 레시피를 참고해 저녁을 준비했다. 


 나와 대화를 하지 않고 TV를 보면서 저녁을 먹고 난 후 남편은 게임을 하러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나는 또 혼자가 된다. 남편은 이런 생활을 반복했고 나와 어떤 교류도 하지 않았다. 몸의 교류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이미 끊어졌고 마음의 교류도 점점 끝나갔다. 

 

저렇게 퇴근 후 밥 먹고 쌩하니 게임하러 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니 내가 없어도 남편은 자신의 일과 게임만 있으면 잘 살 것 같았다. 그런 생각들에 나는 우울했고 외로웠다. 결혼을 왜 한 것이고 부부란 무엇일까? 고민하다 이젠 그만하고 싶어졌다.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남편은 나와 대화를 하려고 하기보다 나에게 무작정 화를 냈다. 화를 낸 남편을 보면서 내 마음은 이혼을 하는 것으로 더욱 확실 해져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남편은 나에게 사과를 했고 이혼하기 싫다며 나에게 빌었다. 


 나는 우리의 결혼 생활이 뜨거운 태양아래 오아시스 하나 없는 아주 습한 사막 같아 계속 갈증이 났었다. 그래서 이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아이라 생각했고 남편에게 시험관시술을 제안했고 이혼하기 싫은 남편은 어쩔 수 없이 나의 제안에 따랐다.








 “주먹을 줬다 폈다 10번 할게요.”



 내가 사는 지역에서 잘한다는 난임 전문 병원을 방문했다.

간호사 언니가 들고 있는 주사기의 기다란 바늘이 나의 팔 안쪽에 있는 핏줄을 정확하게 찌르자 검붉은 피가 흘러 들어갔다. 시험관 시작하기에 앞서 새로운 병원에서의 난임 검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또 마주해야 할 것이 왔다. 질 초음파 검사의 시간이 왔다. 이 굴욕 의자에 누워 다리를 M 자로 벌리는 이 행위는 할 때마다 수치스럽다. 병원이니까 대수롭지 않게 받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여자 선생님 앞에서도 부끄럽고 민망하다. 

 이 병원의 남자 의사 선생님은 조금도 나라는 환자에게 조심하게 행동하려 하지 않았고, 배려하지 않는 기계적이고도 가시적인 액션을 취했다.

 

 검사 화면이 뿌옇게 보이는 것이 오래된 기계의 원인일까, 아니면 초음파를 볼 줄 모르는 의사 선생님의 문제일까, 아픈 내 몸의 문제일까, 의사 선생님은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내 아랫배를 있는 힘껏 더 누른다. 그럴 때마다 내 속에선 매너 없는 의사 선생님을 향해 숫자 열여덟을 퍼부었다. 


 내 배에 너무 서슴없이 손을 갖다 대는 이 매너 없는 의사 선생님의 손등을 탁! 치고 싶었다.

 행동을 하시기 전에 ‘아랫배를 좀 누를게요~’라는 멘트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까?


“오른쪽 난소 하나가 뒤에 숨어서 잘 안 보이네요, 자궁에 유착된 가능성도 있어 보이고…”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자궁내막증이 재발했었다. 자궁내막증 수술 후 3년 뒤였다. 재발 한 곳이 오른쪽이었던 것 같다. 검사 중에 나는 그 원인으로 인공수정시술도 실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불쾌하고도 아프고 힘든 검사가 끝났다.


“검사 결과는 일주일 정도 걸리셔서 그때 재 방문해 주세요~”


 간호사 선생님의 안내를 받고 병원비 수납을 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은 산부인과 병원비는 너무 비쌌다. 병원에 쏟아부은 돈과 임신 테스트기에 쓴 돈만 모아도 해외여행 한 번쯤 다녀오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일주일 뒤


 일 때문에 바쁜 남편은 함께 방문하지 못했고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혼자 의사 선생님과 마주했다. 의사 선생님의 눈은 책상 위 모니터를 향해 있었고 검사 결과지에 대한 내용을 클릭하며 마침내 입을 떼셨다.


“혹시 주변에 여자 형제 있어요?”

“네? 네. 여동생 있어요.”



 갑자기 형제를 물어보시는 이유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의사 선생님의 뒷말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번에 피검사로 난소나이 검사(AMH호르몬검사)를 했는데 수치가 너무 적게 나왔어요.
 자궁은 이상이 없으니 동생에게 난자 제공받아서 임신 준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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