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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희주 Jun 25. 2023

질병, 난임 그리고 조기폐경

7. 첫 시험관의 도전


 몸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했던가, 이제 막 30대 초반이 된 나에게 ‘조기 폐경’ 판정을 받았고 여동생의 난자를 제공받아 임신을 시도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를 받았다. 어느 막장 드라마 보다도 더 충격적이었다.



 나는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더럽고 끔찍했다. 어떻게 의사 선생님이 동생의 난자와 내 남편의 정자를 수정시켜서 임신을 시도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시도해서 이 세상에 나오게 된 아이에게 ‘너의 실제 엄마는 내가 아니라 네 이모다.’ 말해줘야 하는 걸까? 그것 보다 그 아이를 볼 때마다 ‘내 동생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를 통해 태어난 아이’라는 것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 상식선에서 납득이 가지 않았다. 나는 의사 선생님께 화를 냈다. 돌아오는 답변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아이를 원하는 사람이 있어 방법을 알려 준거라 한다. 


 의사 선생님의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니면 병원의 이익을 위해 말한 것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말한 의사 선생님이 불쾌했다. 담판을 짓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더 이상 이 병원을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





 


 


 네이버 맘카페에서 유명하다는 병원 목록을 4~5 군대 적어 놓고 전화를 돌렸다. 생각 보다 난임 환자가 많았다. 유명한 병원과 의사 선생님의 예약은 올해 다 찾다고 한다. 내년에 예약을 해야 한다는 병원까지 있었다. 

조기 폐경 판정까지 받은 내년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서울에 한 병원에서 예약을 변경한 환자가 있어 운이 좋아 예약할 수 있었다.




“시험관 시도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난자 나이라는 것은 몸 안에 난자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수치를 피검사를 통해 판별하는 것이지 환자분은 아직 젊기 때문에 난자의 질은 좋을 거예요. 질 좋은 난자 1개만 잘 나와 준다면 자궁내막 두께도 좋아서 착상도 잘 될 것 같네요”




  힘들 더라도 왜 병원을 여러 군데 가야 했는지 이번 계기를 통해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마다 경험과 역량이 차이 나고, 나와 결이 맞는 의사 선생님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자세하고 희망을 주시는 상냥한 의사 선생님이 좋았다. 유독 이 선생님 담당 환자가 많았다. 예약을 하고도 2시간가량 대기를 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나는 난소 나이가 많은 것 (44세 판정) 다시 말해 남들보다 난자의 개수가 몇 개 없는 것뿐, 다른 부분에서 자궁상태, 갑상선, 필요한 영양소 성분 등 모든 면에서 최상이었다. 희망을 가지고 첫 시험관을 도전하게 되었다. 



 시험관을 하기로 확정 후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난임 진단서’를 챙겨 보건소를 방문했다. 신청 후 3개월 이내 시술을 하면 되었다. 


  예약한 날 병원을 방문했다. 저출산 시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난임 병원은 늘 대기 환자가 많았다. 안 낳으려고 하는 사람 보다 못 낳는 사람이 더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는 낳고 싶은데 못 낳는 사람들을 위해 더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난임 환자 분들 손에 보라색 네모난 가방을 들고 다녀서 궁금했는데, 나에게도 보라색 가방이 주어졌다. 그 가방 안에는 내가 놓아야 하는 1회용 주사기들과 약병, 소독 솜이 들어있었다.



“오늘은 제가 주사 놓아드리며 설명해 드리고 내일부터는 혼자 직접 주사 놓으셔야 해요”



조그마한 유리 약병이 2개가 있다. 하나는 가루가 들어있고 하나는 액상이 들어있다. 큰 주사기를 이용해 액상에 있는 병에 바늘을 꽂아 주사기안에 옮기고 다시 가루가 있는 병에 그 액상을 넣고 바늘을 뺀 뒤 조금 굴려서 섞어주었다. 다음 작은 주사기로 다시 섞인 병에 바늘을 꽂고 주사기에 옮긴다. 주사기 안에 공기가 차 있으면 주사기 끝을 살살 눌러 공기를 없앤다.



“지금 오전 10시 30분이니까, 똑같은 시간에 맞으셔 야하고 오른쪽, 왼쪽 번갈아 가면서 놓아주세요. 어려우시면 병원 앱이나 홈페이지에 영상 있으니 보고하시면 돼요.”



배꼽을 중심으로 살짝 대각선 아래 부분에 소독 후 주사를 좋아 주셨다. 간호사 선생님은 수월하게 뚝딱뚝딱하시는 걸 보고 내가 이걸 할 수 있을지 겁이 났다. 제조하는 것도 생소했는데 내가 스스로 바늘을 내 배에 찌를 수 있을지가 제일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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