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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희주 Jul 01. 2023

질병, 난임 그리고 조기폐경

8. 공난포가 주는 두번의 아픔


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하고 나는 식탁으로 향했다.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면서 ‘난기저’(난소기능저하의 줄임말)에 좋은 영양제와 또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들(바이오아지니나액,이노시톨,비타민D,코큐텐,엽산,DHEA등)을 하나씩만 먹는데도 배가 불렀다.



 10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확인 후 보라색 네모난 가방을 냉장고에서 꺼낸 뒤(주사 놓을 약은 냉장보관이다.) 병원 영상을 참고하여 과배란 주사약을 희석하고 주사기에 옮겨 담았다. 그렇게 어제 놓은 반대쪽 배를 소독한 뒤 그대로 주사를 놓기보단 약간의 뱃살을 잡고 놓는 것이 지방 때문에 덜 아프다는 것을 참고하여 그 위에 주사 바늘을 찔러 넣었다.




 내가 나에게 주사를 놓는 것이 무서워 남편에게 도와 달라 말했지만 손사레를 치며 거절했다. 결국 아기를 갖겠다는 나의 마음 하나로 침을 꿀꺽 삼킨 뒤 나 스스로 ‘괜찮다.’ ‘아프지 않다.’ 라는 주문을 걸며 덤덤한 척 주사를 놓았다. 조금 따끔하기만 했을 뿐 생각보다 괜찮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주사 놓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이정도면 간호사로 취직해도 될 것 같다는 아주 얕은 자신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나에게 주어진 임무인 주사 놓기와 영양제 섭취를 무사히 수행 후 드디어 채취 날이 왔다.

 



 “두분 앞으로 오셔서 손등 혈관 보이게 여기에 대주세요 스캔 할 거예요~”




 병원에 도착한 우리는 혈압 측정 후 시술센터로 입장했다. 나와 남편의 혈관을 스캔하여 등록을 했는데 지문이 아니라 혈관으로 등록하는 이 과정이 신기했고 믿음이 갔다.


 남편과 나는 떨어지고 서로 각자의 채취실을 들어갔다. 정자 채취는 밀실 방 같은 곳에서 영상을 시청 하며 채취를 하는 방식인 반면

 난자 채취하는 과정은 전신마취를 하고 진행해야 했다.



 나는 안내해주신 침대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왼손에는 링거 주사를 놓아주셨다. 따끔하고 아프지만 그 아픔이 나의 긴장을 이기지 못했다.



 차례가 다가와 간호사님께서 화장실 방문 후 입장 준비를 하자고 하셨다. 그렇게 채취실에 입장했고 바닥에는 빔으로 쏜 엄마 손위에 아기 손 그림이 있었다. 그것을 보고 나니 나도 아이를 갖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굴욕 의자(정확하게 말하자면 M자 형태의 의자이다.)에 앉아 자세를 취했다.



희주님~ 오늘 컨디션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조금 떨리지만 괜찮아요!”

금방 끝날거예요~ 편하게 누워볼게요



 의사선생님의 말소리가 끝나자마자 나는 잠이 들었고 채취  간호사선생님께서 깨우셨다. 비몽사몽한 나를 부축해서 침대로 나를 옮겨 주셨다.


 정신을 차리고 옷을 갈아 입은 뒤 병원에서 대기를 했다. 채취하기 전 중간에 방문했을 때 난포가 1개밖에 없었다. 대부분 호르몬제를 투여하면 난포가 최소 3~5개 많게는 10개 이상도 생성이 되어서 그 중에 가장 최상급인 난자들을 채취를 해서 정자와 수정을 시킨다.



 당장 내일 폐경이 와도 이상하지 않은 나는 질 좋은 건강한 난자 1개만이라도 나와준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의사선생님도 나이가 아직 젊으니까 괜찮을 것이라고 말씀했다.

 침대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간호사 선생님께서 낯빛이 어두운 얼굴로 나에게 오셨다.




 “희주님… 이번에 공난포 나왔어요.”

 “아... 그렇군요.”



 공난포는 말그대로 난자를 채취하기 위해선 난포를 채취해야 했다. 난포를 채취해서 열어봤지만 난자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고생하고 노력한 내 노력이 내 몸에 전달이 되지 않은 것 같아 허무하고 할말이 없었다. 더군다나 시험관을 준비하면서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사정하고 부탁해서 휴무일까지 바꿔가면서 했는데 결과가 참혹했다.




희주님 비용입니다. 확인해주세요.”

금액이 이게 맞나요? 저 정부지원 받고 있는데요~”

그게 난자 채취가 되지 않으면 이전 받았던 혜택까지 다 계산하셔야 해요”

네…?!”




 공난포가 나와서 아무것도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슬픈 난임 부부에게 정부의 지원제도는 아픈 곳을 다시 찌르는 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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