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의 있는 호스트와 화상통화를 한 후 만나게될 날짜를 정했다.
4월 첫째 주.
프랑스에 가서 당장 길바닥에서 지내진 않겠구나 하는 안심이 되었다. 왜냐하면 파리에서의 숙소는 너무 비쌀 것이 뻔했고, 지방으로 가자니 아무 이유 없이 가기엔 겁이 났다.
하지만 또 문제가 생겼다. 나의 출국일과 만나기로 한 날짜의 텀이 10일 정도 차이가 났다.
10일. 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일수인데 돈이 없는 나에겐 굉장히 길었다.
급하게 파리 주변에 숙소들을 찾아봤다. 최대한 저렴한 것으로. 당연스럽게도 10일의 기간을 지낼 숙소는 최저가로 구한다고 하더라도 특히 파리라면 더더욱. 너무 비쌌다.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가진 돈의 절반을 써야 하는 처지였다. 큰일이었다.
나는 남에게 크게 의지하지 못하는 성격인데
부탁을 할 때 어떻게 말을 꺼내며 시작해야 할지도 어려울뿐더러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처지, 형편이 되지 않기에 웬만하면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
근데 며칠 전 친구와 얘기를 하던 중
"저번에 같이 만났던 K가 지금 파리에서 지내고 있다"라고 나에게 말을 했다.
그 말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나는 별다른 생각을 거치지 않고 한번 식사를 잠깐 했을 뿐인 K에게 연락을 했다.
나는 이런 상황이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지낼 곳이 필요한데 너의 집에서 지낼 수 있겠냐는 메시지를 보냈다.
K는 여성이다. 아무리 친구의 친구라 할지라도 낯선남자와 함께 집에서 먹고 자며 지낸다는 것이 쉽사리 허락해 줄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물론 나는 이런 문제에서 굉장히 열려있다)
평소 이런 부탁을 쉽게 하지 못하는 내가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이런저런 상황 볼 것 없이 연락을 했다.
메시지를 보낸 후 아차 싶긴 했다.
다행히도 K는 아주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다. 그러고는 담담하게 정확한 도착시간과 일정을 물어봐 주었고, 집에서 함께 지내며 알아야 할(아주 사소한) 것들도 알려주었다.
지금 와서 보면 그렇게 큰일이 아니었다고 생각되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K는 나의 은인 그 이상이었다.
프랑스에서 당장 지낼 곳들이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