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왜 오게 되었는지 일련의 과정을 왜 굳이 나열하는지는 이전의 일들의 에피소드가 앞으로 쓰여질
이곳에서의 삶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요소라 생각이 들어서다.
본가로 무사히 왔다. 사실 처음 계획은 간간히 촬영이 잡히면 서울을 오고 가며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비자 발급과 정말 하기 싫지만 조금의 불어 공부를 할 셈이었다.
하지만 역시 계획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내 생각보다 촬영이 꽤 많았다. 본가에서 지내는 5개월 동안
매달 1-2개의 작품을 꾸준히 했다. 작품을 하나 들어간다면 전후로 준비과정이 꽤꽤 있어서 시간과 정성이
당연하게도 많이 든다.
그리고 비자는 생각보다 아주 빨리 발급을 받았다. 일주일간 서류를 준비했고, 2주 차 막바지에 비자가 나왔다.
후기들을 보니 몇 개의 난관들이 있어 조금 걱정했는데 그 걱정이 괜한 걱정이었다.
그렇다 보니 비자 준비는 일찍 끝났고, 돈을 모으기 위해 영화촬영을 열심히 했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본가에서 지내며 모아보니 꽤 돈이 모였다.
본가에 와서는 영화만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고, 막상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이 쉽게 끝나니
그럼 돈을 모으자는 생각에 영화촬영에 열중했다. 근데 서울에서 할 때와는 마음가짐이 조금 달랐다.
돈을 모아야 하긴 했지만 그것은 이왕 이렇게 된 거 모아보지 하는 마음이었고,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본가에서 지내니 돈 걱정이 없었고 하고 싶은 영화를 할 수 있었다.
조급함도 없었고 정말 편한 마음으로 작품을 대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촬영을 마치고 나면 너무 흡족한 기분이 들었었다.
물론 나는 곧 프랑스에 가니까. 가게 된다면 다신 안 올지도 몰라?
하는 괴랄한 마음에서 나오는 자신감도 한 몫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출국 전 마지막 작품까지 촬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제 출국만 남았다.
아, 불어 공부는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돈도 많이 모으지 못했다. 150만 원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