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고 싶은 공간 ‘브런치’
그 수많은 블로그 플랫폼 중 나는 가장 처음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브런치’이다. 처음에 가장 혹 했던 점은 작가신청을 한 후 승인을 받아야 글을 쓴다는 점이었다. 또한 검색으로 브런치 글이 잘 검색되지 않고 브런치 내에서 다른 글 쓰는 사람들끼리 글을 고유한다는 것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몇 년 전에 브런치라는 사이트를 발견한 후 과거에 썼던 글들을 좀 수정한 뒤 작가 신청을 하였는데, 당연히(?) 떨어졌다. 다시 생각해 보면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이 확실하지 않았고 글들이 너무 사적인 일기 같았던 것 같다.
그래서 대학을 들어오고 나서 개인적인 시간이 좀 생기고 난 후에 글을 너무 쓰고 싶어 져서 다시 브런치에 문을 두드렸다. 이번에는 과거의 경험을 발판 삼아 주제도 명확하게 정하고, 글도 독자들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며 좀 더 글다운 글들을 썼더니 다행스럽게도 작가로 받아주셨다. 작가라고 부르기 정말 민망하지만 브런치에 합격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굳이 다른 블로그도 있는데 입문하기 힘든 브런치를 고른 결정적인 이유는 ‘솔직하게’ 글을 쓰고 싶어서이다. 학창 시절 글쓰기 학원을 다녔었는데, 그때 글을 쓰면서 느낀 나의 글은 솔직해야 정말 나다운 글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기에 항상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솔직함’이다. 누군가는 솔직함을 '진정성'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솔직함과 '진정성'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솔직함이라는 조건이 갖추어져야 진정성이 있는 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솔직함과 과 진정성은 서로 같은 가치가 아닌 진정성의 선행 조건이 솔직함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나의 글쓰기 신념을 지키기 위해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을 주변 지인들에게 전혀 말하지 않았다. 심지어 부모님에게까지도 보여드리지 않고 있다. 누군가는 왜 ‘솔직한’ 글을 쓰기 위해 왜 그렇게 철저한 익명성을 갖추려고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나 스스로 남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을 신경 쓰고 있기에 평소보다 더 솔직해질 수 있는 익명성이 있는 공간을 찾게 된 것 같다. 이런 남에 대한 의식을 버리고 싶지만 아직 성숙하지 못하기에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익명성을 지닌 ‘브런치’를 이용해 남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이 아닌 스스로 나를 들여다보는 솔직한 나를 마주하는 시간 갖기 위해 글을 쓴다.
또한 글을 나눌수록 그 글이 가지는 힘이 배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나의 글이 나눌수록 좋은 글의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글쓰기 경험이 더 풍부해지고, 글을 더 잘 쓰게 된다면(잘 쓴다는 것의 기준이 없기는 하지만), 스스로에게 더 떳떳한 글을 쓸 수 있게 된다면 그때서야 비로소 내 주변 지인들에게 나의 ‘브런치’를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며칠 전 누군가에게 나의 ‘브런치’을 들키게 되었는데, 처음 그 소식을 접했을 때 무척 당황스러웠다. 과장을 보태서 말하자면 또 다른 나의 세계가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난 이제 내 솔직함을 어디에 털어놔야 하나…’,, ‘브런치를 삭제해야 하는 것인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근데 나의 글을 읽은 그분이 “네가 쓴 글이 솔직하고 귀엽네,”라는 말을 해주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안심이 되었고, 내가 추구하는 ‘솔직함’이라는 가치가 잘 드러났다는 사실에 뿌듯하였다. 요즈음 얼마 없는 글들이지만 내가 쓴 글들에 대해 의심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그분의 말 한마디 덕분에 그 의심을 거두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더 생긴 것 같았다. 아직 나의 글들을 익명성에서 벗어나게 할 생각은 없지만 나에게 의도치 않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그분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