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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올린 Oct 15. 2024

내 꿈은 테크노 DJ

우롱하이와 테크노 1

살다 살다 꿈이 클럽 DJ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지금도 취미가 디제잉이라고 하면 반전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외관도 취향도 클럽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내가 어쩌다 클럽 DJ라는 꿈을 품게 됐는지 설명하려면 시간을 꽤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대부분 그러하듯, 갓 성인이 됐을 때 처음으로 강남 클럽을 방문했다. 평소에 꾸미지 않는 스타일로 옷을 입고, 친한 친구들과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설렘을 가득 안고 클럽 안으로 들어갔었다. 설렘도 잠시 후덥지근한 열기와 퀴퀴한 공기가 기분을 언짢게 만들었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담배를 포함한 온갖 냄새가 속옷까지 배어있을 정도였다. 지금이야 클럽이더라도 타인의 몸에 허락 없이 손을 대면 성추행이라는 것을 많은 지성인들이 알고 있지만, 그때는 그런 것들이 비교적 가볍게 여겨지던 때였다. 예고 없이 불쑥불쑥 들어오는 손은 너무 불쾌했고 그 손들을 피해 밀려나다 보니 결국 DJ 부스 바로 앞에 자리하게 되었다. 그제야 취기가 돌고 음악이 들리며 흥이 살짝 오르기는 했지만, 다시는 클럽에 올 일은 없겠구나 싶었다.


클럽을 다시 방문하게 된 건 4-5년 후였다. 이태원에 사는 친구와 가까워지면서 이태원의 클럽은 다른 곳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당시 친구가 기계 소음인지 무엇인지 모를 독특한 음악을 즐겨 듣던 것도 흥미로웠다. 그렇게 친구를 따라 처음으로 방문했던 Volnost에서의 기억은 아직도 강렬하다. 어두컴컴한 입구를 더듬거리며 내려가자 무겁게 때리는 베이스와 날카로운 기계음의 조화가 서서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대 중앙에 자리 잡은 무용수, 사슬 같은 무언가를 사지에 두르고 음악에 맞춰 섬세한 몸짓을 선보였던 장면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당시 영상을 찾지 못해 음악과 함께 라이브 페인팅을 시연하는 영상을 첨부한다. 정확한 날짜를 더듬어보고자 친구에게 그런 무용수가 있었던 날이 언제인지 기억나냐고 물어보니,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는 전선을 씹어먹거나 톱질하는 것도 예삿일이라 기억이 안 난단다.

Comarobot [VFV CLUB] _ Volnost


음악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도를 덧붙여 날카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곳, 잘 만들어진 예술을 감상하는 기분을 주는 클럽이었다. 이런 볼노스트의 주 장르는 테크노다. 낯선 기계적 소음도 음악이 되는 신선함에 빠져 디제잉까지 배우게 되었다. 여기서 테크노라는 단어를 듣고 가수 이정현의 90년대 노래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위 영상을 눌러보면 알겠지만 클럽 음악에서 일컫는 테크노는 그때 유행했던 음악과 사뭇 다르다. 클럽 음악에서의 테크노는 두드러지는 멜로디보다는 반복적인 리듬, 묵직하거나 기계적인 소리의 질감이 메인이 되는 음악 장르다. 심지어 테크노 안에서도 덥 테크노, 애시드 테크노, 미니멀 테크노, 인더스트리얼 테크노 등 무수히 많은 장르가 있다. 조금 더 친숙한 음악들을 가져오자면 틱톡에서 죄다 어깨를 털게 만드는 옴브리뉴 챌린지의 원곡도 테크노가 가미된 테크 하우스다. 웅장하면서도 강렬한 비주얼로 쇼츠에서 바이럴이 되고 있는 Anyma의 음악도 멜로딕 하우스 & 테크노 장르다.

Beltran - Smack Yo'
Anyma & Rebūke - Syren [Live from Afterlife Tomorrowland]


클럽 음악하면 가장 대중적인 하우스를 빼놓고 설명할 수가 없는데, 우선 이 낯선 테크노를 우롱하이와 설명하고 추후 다른 술과 함께 하우스를 소개하겠다. 유튜브에 클럽 음악의 다양한 장르들을 잘 보여주는 영상이 있어 마지막에 첨부한다. 모든 장르를 다 알 필요는 없다. 다만 미디어에서 숱하게 소비되는 빠른 비트의 현란한 음악이 클럽 음악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더 알려졌으면 한다. ['우롱하이와 테크노 2'로 이어집니다.]

EDM 장르별 가이드

[커버 이미지 출처 : 김올린, 2022.06.09 @Voln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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