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배낭

엄마가 아이의 가방을 받아 메는 일

by 나원

지난해, 아들은 필기시험과 체력시험을 거쳐 최종면접을 맞이했다.

1차 2차를 거친 마지막 관문은 그야말로 가장 긴장되는 시험인 것 같았다.

아들을 면접장에 내려주고 하염없는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긴장하고 있을 아들을 생각하니 대신해 줄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러다 먼발치에서 한참을 기다리던 중 한 그룹의 응시생들이 면접장 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말끔한 정장차림에 가슴에는 응시표를 달고 마지막 관문 앞에 그들은 그렇게 서 있었다.

그 속에서 아들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모두가 내 아들인양 안쓰럽게 느껴졌다.

심호흡을 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그 순간이 얼마나 떨릴지

그들의 심잠박동 소리가 나한테까지 들리는 듯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그 순간에 떠올랐다.

그 청년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느껴지던지, 목표를 향해 쉼 없이 여기까지 달려왔고 그 자리가 크던 작던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꾸려보고자 하는 성실한 청년들.

나 한 사람의 힘이라도 나라에 보탬이 되고 싶은 청년들.

나는 그들 모두의 합격을 기원했다.

기나긴 기다림이 끝나감을 알리듯 한두 명씩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 아들은 언제나 오나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던 중

내 눈에 들어온 어떤 모자의 모습에 눈물버튼이 슬며시 작동했다.

아들 키 반정도밖에 안 되는 작고 왜소한 엄마, 아들이 나오자 환하게 웃으며 달려가더니

아들을 보자마자 아들 어깨에 멘 크고 무거운 가방을 얼른 달라며 손을 내민다.

아들은 아무렇지 않게 엄마에게 건네고 엄마는 당신에게도 버거운 그 가방을 웃으면서 자기 어깨에 멘다.

그 순간 나는 아들의 유치원 다니던 때가 오버랩이 되었다.

아들의 하원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있다가 문을 열고 나오는 아들을 보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아들의 작고 귀여운 가방을 받아 내 어깨에 메는 일이었다.

그리고는 아들의 손을 잡고 문방구도 들르고 간식도 먹고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낸 그 순간이

내가 본 면접장의 엄마와 아들에게서 보였다.

엄마가 아이의 가방을 받아 메는 일, 그것은 단순히 가방이 무거워서가 아니라 아이 혼자서 짊어져야 하는

인생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나눠지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다.

어리다고 삶이 힘들지 않겠는가? 어른의 눈에 작고 귀여운 가방이지만 그들에겐 그만큼의 무게였으리라.

그렇게 성장해서 청년이 된 지금 그때보다 어마어마하게 무거워진 그 짐을 엄마는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나 역시 아들의 무게를 나누고 싶지만 인생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혼자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

그렇게 성장해 나가고 있는 아들을 옆에서 응원하고 용기를 주는일 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어린아이 일 때, 오로지 아들이 보는 세상의 전부는 엄마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엄마가 보는 세상의 전부는.. 아들이다.

그렇게 서서히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아들에게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는 일, 그것이 내게 남겨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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