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와 의미

그것이 문제로다

by 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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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내가 배우고 익힌 한글서체다.

판본체, 훈민정음체, 정자체, 흘림체, 고문, 여사서, 민체 모두 7가지다.

다른 자음보다 "ㄷ"이 모음과 합쳐지면 다양한 글씨체의 표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글씨체들을 배우고 익히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을 정해놓았다면 아마 모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 익숙해지고 시간이 오래 지나다 보면

다시 한번 생각할 타이밍이 온다. 진정 나는 이 일을 좋아해서 하고 있는가?

나는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글씨 쓰는 일이 재미없어진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가장 오랫동안 좋아한 일이라는 것을.

그런데 요즘 이런 생각들에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다. 조금 당황하고 있던 차에

우연히 김창옥 교수님의 유튜브 강연을 듣게 되었다. 가끔은 이상하리만큼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을

알기라도 한 듯 딱 맞는 타이밍에 그런 강연들을 듣게 될 때가 있다.

아나운서가 꿈이라는 20대 여성의 고민이었는데 아토피가 있어 화장을 못해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제약이 있어 꿈을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했다. 그에 대한 해답이 내게 주는 명쾌한 답이 되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흥미를 찾기보다는 의미를 찾으라는 답이었다.

아나운서의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나만의 방법으로 아나운서의 일을 하라는 것이었다.

나 역시 서예의 길을 가고 있지만 늘 고정된 생각이 있었다. 남들이 해야 하는 것은 해야 하고

실력을 향상해야 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등등

사람은 상대방을 절대 만족시킬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만족시키는 일을 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흥미를 찾기보다 왜 이일을 하려는지 의미를 찾고 그 가치관을 따라가라고..

너무 와닿는 말이었다. 요즘 내 생각이 주춤했던 이유는 바로 흥미가 사라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한결같이 흥미로울 수는 없다.

내가 좋아했던 이유,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이유, 앞으로도 떠날 생각이 없는 이유,

흥미로 시작했던 일이 이젠 나의 일부가 되어버린, 어쩌면 대부분이 되어버린,

그것만으로 내겐 더 이상의 의미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