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비오는 날 우산없이 비를 맞아 본 적이 있나요?

저는 있습니다. 오래전이지만..

by 나원

비가 온다. 얼마전 까지 뜨거운 태양에 고개를 숙일수 밖에 없는 더위였는데,

이제 가을을 알리는 비가온다. 창밖으로 보는 비내리는 풍경은 운치있지만,

막상 비오는 거리를 걸을 때면 번거롭기 그지없으며 빨리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만 그득하다.

우산없이 비를 맞은 기억이 언제였더라..

이런 생각을 떠올리며 돌이켜보니,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토요일 수업을 마치고 하교 하려는데 비가 쏟아졌다. 우산도 없고 엄마의 우산을 기다릴 어린아이도

아니었기에 비를 맞는 수 밖에 없었다.

혼자는 창피하니까 친구와 함께 비를 쫄딱 맞고 걸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을까 싶은데 그냥 그러고 싶었다.

걸으면서 노래도 부르고 서로의 모습에 배꼽이 빠져라 웃기도 하고, 전우애를 느끼며 집에 도착했을때

엄마의 잔소리를 듣긴 했지만 젖은 옷을 말리고 친구와 함께 김치찌개를 먹었던 소중한 기억.

토요일 오후가 주는 편안함과 친구와 함께 대단한 전투를 치른 것 같은 후련함이 나를 편안하게 했다.

그렇게 비는, 추억이었고 낭만이었다. 그때는.

한방울의 빗줄기가 정수리에 내리 꽂히는 순간의 차가움과 짜릿함. 그 첫 순간이 지나고 나면 얼만큼의 비를 맞아도 상관 없어 진다. 다만, 그 처음, 처음이 두려울 뿐이다.

나에게도 호기로웠던 십대가 존재 했음이 너무도 감사하고 다행스러웠다.

그 기억이 살아있음이.

물론 지금 당장 문 밖을 나가 비를 맞을 용기가 지금은 없지만, 그 때의 밝았던 나를 떠올리는 순간은..

행복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오늘처럼 문득 그 날의 십대 소녀를 떠올릴 순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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