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샤인 볼트는 마라톤을 할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마라톤 참가자

by 나원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한다.

그 만큼 쉽게 도전하기도 어렵고 끝까지 완주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찰떡같은 비유다.

42.195km를 달려야 끝나는 마라톤을 인생으로 본다면, 나는 대략 30km쯤 왔을까?

스포츠 중계 중에서도 마라톤 중계가 제일 어렵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자세로 앞만 보고 달리는 경기다 보니 큰 변수도 없고,

설명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 캐스터와 해설자도 딱히 멘트가 풍부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중간 중간 선수의 이력이나, 그 선수의 특이사항 등을 이야기 하며 빈 오디오를 메운다.

다른 다이나믹한 경기를 볼때면 중계자들도 흥분이 되어 격정적이 되기도 하고,

그들도 상당히 즐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요하다 못해 지루할 수도 있는 마라톤 경기를 난 좋아한다.

달리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 주변 풍경, 특히나 선수들은 어쩜 저리 말랐을까? 하는 생각까지.

다른 익사이팅한 경기보다 선수들 모습에 더 집중하게 된다.

화면에서는 달리는 속도가 그리 빨라보이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선수들은 100m를 18초 속도를 유지하며

42.195km 달린다고 한다.

우와~ 18초라..학창 시절에 달려본 기록 이후 한번도 그런 속도로 달려 본적이 없다.

18초면 나에게는 전력질주보다 더 빠른 속도이고, 나 스스로는 우샤인 볼트급이라고 착각 할 만한 속도다.

물론, 선수라는 조건이 당연히 일반인과 견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마라톤 경기의 유일한 변수라면 선수들이 달리다가 넘어지는 경우다.

레이스 경쟁을 심하게 하다 선수끼리 다리가 걸려 넘어지거나, 본인의 페이스를 순간 놓치게 되는 경우에 발생한다. 어떤 경우이건 넘어지게 되면 그것으로 회복하기는 어렵다.

무지한 내 눈에는 저 정도 차이면 다시 일어나서 따라잡을 수 있을것 같은데, 선수들은 다시 제 페이스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18초 주력의 빠른 속도로 꽤 먼거리를 달려 왔기에 이미 돌이킬 수없는 속도이고,

한번 멈추게 되면 그 만큼의 속도를 따라 가기가 어렵다고 한다.

어릴 적, 운동회때 하던 달리기 처럼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서 역전하고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마라톤은 아주 긴 시간 고통을 참으며 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마라톤이 인생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삶은 멈춤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 역시 나의 정체성과 내 삶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하느라 잠시 멈춤이 있었다.

그 시간들은 귀한 시간이었고 꼭 필요한 시간임에 틀림없었다.

그런 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때 마라톤 선수가 넘어졌다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것 처럼, 전 처럼 동력을 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선수가 아니기에 기록을 내야하는 것도 아니고 완주를 꼭 해야 하는것도 아니지만, 인생이란 마라톤에 참가하고 있기에 가던 길을 가야 한다.

물론, 지금은 전과 같은 속도가 아니다. 내가 멈추지 않았다면 같은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18초의 속도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그 속도를 내고 싶은 욕심은 없다.

멈춤 만큼 내게는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마라톤은 인간의 경기는 아닌것 같다. 탈 인간급이다.

그 만큼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다.고통 끝에 오는 희열을 감히 몇명이나 느낄 수 있을까?

결승선에서 더 없는 찬사를 받아 마땅한 선수들. 그 시간을 이겨낸 그들이 너무 존경스럽다.

인생이란 마라톤에 속해 있는 나는 지금 느린 속도로 30km쯤 가고 있고, 아직 결승선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내 한발, 한발을 내딛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늘 같은 속도로 동력을 받지 못한다해도 가고 있다는 사실에 다행스러운 마음이 든다.

만신창이가 되어 결승선에 도착할 지도 모르고,어쩌면 꽤 좋은 기록으로 도착할 지도 모른다.

결과가 어떻다 해도 참고 가고 있다. 너무 멀어서 보이지 않는 결승선 테이프를 가슴으로 멋지게 밀어내며 통과하는 근사한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렇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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