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마음

섬마을 초보 한의사의 마음

by 쓰담

도시 한가운데, 하루의 진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서니 오늘따라 하늘은 이미 노랗습니다. 제가 처음 한의사가 되어 시골에서 근무했던 날들에도 이렇게 노란 하늘을 많이 보곤 했는데요.


완도군 장용리, 제 고향에서 4시간 고속도로를 달리고, 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3번 건너고도 오르락내리락 고갯길을 몇 차례 넘어야 도달할 수 있었던 마을입니다. 그곳에 제 인생 첫 직장, 보건지소가 있었습니다.


제법 환자분들이 오는 보건지소였는지라, 진료실에 들어와 당신의 병과 당신의 병의 역사, 당신의 역사를 늘어놓는 분들에게 쩔쩔매고 서툴게 침을 놓고, 다음 분에게서는 대학병원 탐방기를 한편 듣고 또 침을 겨우겨우 놓고...


진료를 마치면 저는 서둘러 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 이웃한 섬에 갔습니다. 가장 가까운 카페였던 '카페헤일로'에 해가 지기 전에 가야 했거든요. 항구에 위치한 카페 창가 좌석에 앉아 황금빛 바다와 하늘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그날 보았던 환자들을 생각하면서, 치료에 대한 고민을 공부했었습니다.


어떻게 그랬을까 지금도 싶지만, 그때 저는 제대로 된 병원도 없는 마을 환자들의 통증 주치의가 되고 싶다는 열정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오그라들죠. 회상에 잠겼다 깨어 현재로 돌아와 봅니다. '최고의 진료', '당신의 건강 지킴이'... 병원 소개란에 내 이름 석자와 진료과목, 홍보문구가 더 오그라든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시, 황금빛 바다와 하늘을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잊고 있던 마음을 찾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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