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약의 이름은 ‘새벽 기상’
나는 꽤 자주 배를 움켜쥐며 장이 꼬이는 듯한 고통에 힘들어했다.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바로 위에서 반응을 했다. 19년도까지 항공사에서 근무했는데 이때에도 어김없이 위염은 나를 힘들게 했다. 깐깐하다고 소문이 난 매니저와 비행을 가야 하거나 손발이 잘 맞지 않는 동료와 10시간이 넘도록 함께 근무해야 할 때에는 더욱 심하게 반응했다.
뜨거운 핫팩으로 찜질을 해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도 없었다. 결국 위경련 약을 먹었고 그대로 회사로 향하는 날이 늘어났다.
이 증상은 비행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항공사 사직을 하고 한국에서 첫 출근을 하는 전 날도, 일자리가 구해지지 않았던 시기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입으로는 잘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속에서는 긴장과 걱정으로 가득했던 것이다. 정말이지 내 위는 거짓말 탐지기도 울고 갈 분별력을 가졌다.
하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위염약을 찾지 않는다. 연례행사처럼 위가 콕콕 쑤시는 고통을 겪어야 했는데 어떻게 해결이 된 걸까?
신기하게도 매일 새벽 기상을 하면서 이 증상은 사라지게 되었다.
새벽 네시반 기상하는 변호사라는 키워드로 잘 알려진 김유진 님의 책에서도 볼 수 있다.
인간은 강해질 수 있는 만큼 약해질 수도 있는 존재다. 지금 내가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모든 통증과 감정은 나의 현재 상태를 알리는 신호다.
자신만 알아챌 수 있는 경고를 무시하고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점점 더 지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나열한다.
‘지금은 나만의 시간입니다’라는 책 중에서 가장 공감 한 부분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혼자만의 새벽 시간을 가지고 만성 위염이 치료되지 않았는가?
예전에는 혼자만의 시간에도 유튜브로 다른 사람들의 브이로그를 보곤 했다. 친구들의 sns를 보며 나보다 더 멋진 직업을 가지고 좋은 집에 산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새벽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모든 게 달라졌다.
새벽 다섯 시는 직장인에게도 이른 시간이다. 우선 나는 제일 먼저 하루를 시작한 것 같은 기쁨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새벽 다섯 시에는 sns나 유튜브를 보기에 너무나도 아까운 시간이다.
나는 이 시간을 활용해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었다. 머리를 식히고 싶은 날에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시기도 했다.
이렇게 나와의 시간을 보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잠이 들기 전에는 내일 아침이 기대되기까지 했다. 예전에는 새벽형 인간들을 거짓이라고 칭했는데 이제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것이다.
내 위염이 사라진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길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에게 집중하면서부터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내가 무슨 차를 좋아했는지, 어떤 노래를 좋아했는지, 어떤 책을 읽으면 힘이 나는지 예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이야기로 하루를 꼬박 채워 소개할 수도 있다. (조금 더 과장해서)
그렇게 나는 요즘도 꾸준히 새벽기상을 한다. 부득이하게 못 일어나는 경우엔 단 20분이라도 나와의 시간을 가지려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병원에서도 고치지 못하는 이 병을 치료해 주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나의 새벽 기상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