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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Oct 22. 2023

여행은 싫어하는데, 매일 여행합니다.

제목 그대로 여행 팬은 아닙니다. 되려 여행은 피곤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여행이 주는 즐거움을 다 반대하는 건 아니었지만, 집을 떠나 있는다는 불편함과 불안함이 배로 컸습니다.


열네 살, 뭣도 모른 채 홀로 뉴질랜드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반년 후 온 가족이 베트남으로 이민을 가게 됐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외국살이는 고등학생이 되고 다시 뉴질랜드 유학과 이민생활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2017년 크리스마스 이튿날, 엘에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후 지금까지 미국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나는 한국어가 편한 사람이지만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내 사고방식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놀랍니다. 동시에 외국에선 이방인과 비주류라는 피해의식과 늘 부지런히 싸웁니다. 어제는 언젠가 내 나라로 돌아가 정착해 살거라 하면서, 오늘은 한국에선 절대 못 살 것 같다고 말합니다. 나 스스로를 향한 모순과 불확실함이 자연스럽게 내 일부가 되었습니다.


스물셋, 미국에 와서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지원동기에 ‘여행‘을 좋아해서라 말한 적도, 직업의 장점으로 ‘여행’을 할 수 있어서라고 꼽은 적도 없습니다. 그 정도로 여행은 제게 너무 먼 키워드였습니다. 하지만 크고 작은 도시를 오가는 단거리 비행과 태평양, 대서양을 건너는 장거리 비행을 오고 가며 그제야 왜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지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피곤한 일이라 생각했던 여행을 사람들에게 권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 아니라, 익숙함에서 나와 불편함과 불안함을 감수하고라도 가야만 하는, 여행이 주는 강력한 힘을 잊지 않으려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지금 아주 작은 도전 앞에서 할까 말까 망설이고 계시다면, 제가 발견한 이 힘을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장에 도착했을 때 이 힘이 전달 됐길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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