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이 Nov 08. 2024

워킹맘 체험기, 그 시작

아빠는 한국, 엄마와 우리 넷은 미국에서 생활 중이었다. 엄마 몸이 경고 신호를 계속 보냈는데도 못 알아봐 줘서였을까. 어느 날 엄마 몸은 적색 신호를 보내왔다. 안 되겠다 싶으셨던 엄마도, 혹시 큰 병이 생긴 게 아닌가 싶어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는 아빠도 급히 엄마의 한국행을 준비했다. 세명의 동생들은 당연히 엄마 건강이 우선이니 아무 걱정 말고 다녀오라고 제법 의젓하게 말했고 나 또한 엄마가 하루빨리 한국에 가서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받았으면 했다.


그렇게 엄마는 약 4개월간 한국에 머무셨다. 그 4개월간 우리 넷은 각자 자리에서 맡겨진 역할과 엄마의 역할을 나눠 감당하기로 했다. 그 결과 애틋하게 서로를 의지하면서도 매일 같이 싸웠다.


그리고 난,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하리라는 비장함과 함께 이 기간을 ‘워킹맘 체험기’라 부르기로 했다.

연장자의 특권(?)으로 동생들에게 임무 지시하기 및 잔소리하기를 도맡았지만,

이 특권에는 엄청난 책임감과 부담감이 따라왔다.


당시 내 나이 스물여덟,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엄마가 빨아준 유니폼을 챙겨 입고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비행에 다녀오고

집에 오면 내 한 몸 겨우 씻겨 눕히고

내 취미 생활과 자기 계발로 쉬는 날을 보냈던 내겐 아주 큰 변화였다.

일상 속 숨 쉬듯 당연했던 것들 중 당연한 것은 단연코 하나도 없었다.


스물여덟, 스물넷, 스물, 열여덟.

동생 셋과 함께한 나의 워킹맘 체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