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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Nov 13. 2024

누가 그랬어? 우린 모두 억울하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볼 일을 본 후 휴지에 손을 뻗는데, 휴지심에 휴지 한 칸이 위태롭게 달려있다.


”아, 진짜 누구야. 인간적으로 한 칸 남았으면 갈아 끼워야 하는 거 아니야?“


누군가는 듣고 찔리겠지 싶어 한껏 목소리 높여 소리쳤다. 집 안 여기저기서 소리가 들린다.


”난 아니야“

”나 아님. 나는 이쪽 화장실만 썼음.“

”몰라. 나도 맨날 앉으면 빈 휴지심만 있어.“


역시나 오늘도 범인은 없다. 더 어이없는 건 이럴 때마다 모두 본인이 제일 억울하단다. 네 명 모두 ‘매번 내가 휴지를 바꿔 끼운다’라고 주장한다. 오늘도 결론은 ’집안에 씨씨티비 달아야 돼 진짜‘로 맺어진다. 빨래하기 직전에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수건이며, 옷가지를 모아 빨래를 하려 하는데 화장실 수건걸이며 샤워실 문걸이에 두 개, 세 개, 네 개… 잔뜩 걸려있는 수건이 눈에 거슬린다. 싹 모아서 세탁기에 넣으며 소리친다.


“새로운 수건 꺼내면, 원래 걸려있던 수건은 제발! 빨래통에 넣자!!!"


가장 유력해 보이는 동생을 붙잡고 잔소리를 하니 동생이 억울하다는 얼굴을 하고는 열심히 해명한다. 하나는 세수 한 뒤 쓰는 얼굴용이고, 하나는 본인이 걸어둔 게 아니고, 하나는 샤워하고 써서 젖은 수건을 말리는 중이란다. 잔소리를 잔뜩 장전한 채 추궁하다 꽤나 설득력 있는 답변에 할 말이 없다. 살짝 민망해져서 침대 헤드에 수건을 ‘말린다’는 이유로 잔뜩 널어둔 막내에게 화살을 돌린다.


“진작에 다 마른 수건은 바로바로 빨래통에 넣으라고 했잖아!”


가만히 있다 새우등 터진다고 느껴졌는지, 다 자기 건 아니라며 수건 하나하나 주인을 찾기 시작한다. 순간 내 것도 섞여있나 싶어 잔뜩 긴장한 채 어제 샤워할 때 무슨 수건을 썼나 기억을 더듬는다. 결론은 막내 두 장, 넷째 한 장, 나 한 장.


범인을 찾아야 할 일이 생기면 우린 모두 셜록홈스가 된다. 범인을 찾는 과정은 역시 매끄럽지 않다. 시끄럽던 집안이 갑분싸로 고요해진다.


빨래를 마친 후 잠시 생각에 잠긴다. 잠시만 지나서 생각해 보면 정말 별거 아닌 일인데, 왜 그렇게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나.


‘나는 언니니깐’이라는 대사를 잘도 사용하면서,

'오늘은 언니가 그냥 돌려준다!' 이 한마디만 하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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