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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반진반 Jul 14. 2023

미국에서 집을 사겠다는 생각을 접은 이유

세금 폭탄은 한국이 아니라 여기 있었다

(미국일기 #23)


세금처럼 내기 싫은 게 또 있을까. 세금을 낼 때마다 국가가 나한테 해 주는 것보다 내가 국가에 더 많이 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부자도 가난뱅이도 모두 세금을 싫어한다. 프랑스혁명도 미국 혁명도 세금 문제에서 촉발됐다. 한국도 부동산 세금 문제가 가끔 정권을 흔들 정도로 큰 이슈가 되기도 한다.


(세금 제도는 워낙 복잡해서 단순 비교가 힘들다. 각 나라마다 세목도 다르고 세율도 다르다. 재산이나 소득이 얼마냐에 따라서 또 다르다. 나는 한국에서 22년 맞벌이를 했고 운이 좋아서 서울에 집을 한 채 마련했다. 아직까지 불행하게도 종부세는 낸 적이 없다. 여러 가지를 감안해서 들어주시길 바란다.)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를 조정할 때마다 언론들 시끄럽다. 대표적인 게 종부세다. 세금 폭탄, 세금 지옥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한다. 종부세를 구경도 못한 사람들이 더 강경하게 종부세에 저항하는 이상한 일들도 벌어진다.


매달 7월이면 재산세가 나온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국 재산세를 감면해 주지는 않더라. 올해도 어김없이 고지서가 나왔다. 내 고지서는 20만 원 정도다. 와이프와 공동소유라서 각각 납부해야 한다. 그럼 40만 원. 9월에 한 번 더 나오니 1년에 80만 원 정도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이다.


서울 집을 팔고 그 돈으로 미국에 집을 살까 생각도 했다. 내가 사는 프린스턴은 집값이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서울 보다는 조금 낮은 편이다. 하지만 환율이 좋지 않고, 미국 자산 가치가 전체적으로 너무 오른 상태인 데다가, 내 신용으로는 모기지를 좋은 조건으로 받기가 어렵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보유세가 너무너무 높다.

우리 동네. 한국으로 따지면 25평 정도 되는 집(물론 마당이 있다)이 10억에 이른다. 여기도 집값이 미쳤다.


뉴저지의 재산세(Property Taxes)는 평균 2.4%인데, 프린스턴은 2.774%다. 10억 원짜리 집이 있다면 1년에 2천7백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말이다. 모기지를 받으면 세금을 감면해 준다고 하지만 어쨌든 기본 세금이 2천만 원이 넘는다. 물가나 환율을 고려한다고 해도 (한국 언론이 좋아하는) 진짜 폭탄에 가깝다.


참고로 주별로, 카운티별로, 시티별로 재산세율이 다 다르다. 어떤 곳은 0.5%도 되지 않고 어떤 곳은 5%가 넘는다. 하와이주가 세율이 가장 낮아서 0.27%이다. 10억 원짜리 집이 있으면 270만 원을 내야 한다. 대략 서울과 비슷할 거다. (물론 거래세는 한국이 높다. 정확하게 비교를 하려면 이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참고로 근로소득세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모두 높다. 물론 체감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세금 떼고 보험 떼고 어쩌고 하면 월급의 반은 없어진다. 아깝다. 하지만 아이가 공짜로(?)  다니는 공립학교나 쓰레기를 수거하는 청소차를 보면 세금 값을 한다는 생각은 든다.  


한국의 부가세에 해당하는 소비세(Sales Taxes)는 미국이 조금 낮다. 하지만 역시 지역마다 다르다. 어떤 곳은 0%이고 어떤 곳은 10%에 이른다. 뉴욕에 놀러 가면 8% 넘고 강 건너 뉴저지는 6%대다. 뉴저지는 신발이나 옷에는 세금을 붙이지 않는다.


세율이 이렇게 다양하니 물건에는 세금을 뺀 가격이 붙어 있다. 계산할 때 세금을 따로 내야 하니 심리적으로 여간 아깝지 않다. 한국은 대개의 경우 물건 값에 세금이 포함돼 있으니 세금을 내고 있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어떤 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모든 나라는 역사가 다르고 그래서 제도가 다르고 그래서 세금도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간단하고 분명한 사실은 있다. 한국의 재산세(보유세)가 미국에 비해 매우 매우 싸다는 거다. 이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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