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을 위한 음식
일주일 전쯤, 남편이 열이 났다.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는 소식을 자주 접하던 터라, 축 처진 남편을 얼른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독감은 아니었고, 처방받은 감기약을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챙겨 먹었지만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다섯째 날. 남편의 체온이 다시 38도까지 올랐다.
하필이면 1월 1일이었다. 대부분의 병원이 휴진이라 가까스로 문을 연 곳을 찾아 남편을 데리고 서둘러 병원으로 갔다. 새해 첫날, 독감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몰려온 탓인지 병원은 기침 소리로 가득했다.
두 시간을 넘게 기다린 끝에 받은 진단은 예상치 못했던 ‘폐렴’이었다. 갑작스러운 진단명에 눈물이 고였다.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담당 의사가 청진기로 남편의 호흡 소리를 확인해 보았다면 어땠을까. 지난 닷새 동안 잘못된 약을 복용한 것이 억울하고 안타까웠다. 그래도 다행히 폐렴 치료를 위한 적절한 약을 처방받았고, 하루 이틀 만에 열이 내리며 남편도 기력을 되찾았다.
항생제를 일주일 넘게 복용하고 있는 남편의 몸이 걱정되었다. 항생제는 위와 대장, 간과 신장에 부담을 준다고 한다. 남편의 배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과연 양쪽 옆구리 아랫부분이 유난히 차가웠다. 신장이 지쳐 있다는 신호였다.
그렇다면, 신장에 좋은 음식을 찾아봐야겠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팥’.
"그래, 단팥죽을 끓여 보자."
냄비에 물 여섯 컵을 넣고 끓인 후, 씻어둔 팥 두 컵을 넣고 30초 정도 데친다. 그 팥을 다시 찬물에 헹구는 과정이 필요하다. 팥 특유의 아린 맛을 없애기 위해서다.
그다음 물 2.5L에 준비된 팥과 소금 한 큰술을 넣고 센 불에서 끓이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 약 70분간 푹 익힌다. 팥이 부드럽게 으깨질 정도가 되어야 한다.
팥이 익는 동안 새알을 만들어 둔다. 찹쌀가루 한 컵에 소금 반 티스푼을 넣고, 뜨거운 물 1/3컵을 한 숟가락씩 추가하며 반죽한다. 손에 들러붙지 않을 정도의 부드러운 반죽이 완성되면 비닐에 싸서 냉장고에 10분 정도 둔다.
레시피에 충실하려 했지만, 반죽이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손으로 힘껏 뭉쳐보아도 가루가 부스러지고, 새알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혹시 냉장고에 넣으면 달라질까 싶어 20분쯤 두었다가 꺼내 보아도 결과는 같았다. 결국 손바닥에 힘을 모아 꽉꽉 눌러 새알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완성된 새알은 너무 딱딱해서 먹기 어려웠고, 아무리 끓여도 속은 제대로 익지도 않았다.
물이 부족했던 탓이었다.
새알의 경우에는 레시피에 의존하기보다 반죽의 상태를 보면서 물의 양을 조절하는 게 좋은 듯 하다.
팥이 다 익으면 적당히 식힌 후, 믹서에 넣어 곱게 갈고 체에 걸러낸다. 그다음 약불에서 20~30분간 저어가며 죽을 쑤고, 전분 한 큰술을 미지근한 물 두 큰술에 풀어 넣어 농도를 맞춘다.
바닥이 눌어붙지 않도록 계속 저어주며 끓이다가, 새알을 넣고 3분 정도 지나 새알이 떠오르면 다시 3분간 저어가며 익힌다.
오늘 남편의 몸을 위해 준비한 단팥죽이 어땠을까?
남편은 단팥죽 한 그릇을 뚝딱 비우더니 이내 부엌으로 가서 한 그릇을 더 퍼왔다.
"청아야, 오빠가 먹어본 단팥죽 중에 제일 맛있어."
단팥죽의 달콤함이 입안을 감싸는 동안, 남편의 한마디가 마음을 감쌌다. 어느 쪽이 더 달달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