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1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양배추감자전

위를 달래는 음식

by 청아 Jan 07. 2025

남편이 폐렴 치료를 위한 5일치 약을 모두 복용한 후, 우리는 다시 병원을 찾았다.

처음 진료 때 의사 선생님은 항생제를 다 먹고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병원에 다시 올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나는 남편이 완전히 회복되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의사 선생님은 기계를 남편의 콧구멍과 목구멍 가까이에 대어 상태를 살피고, 청진기로 세심하게 호흡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비염이 조금 있지만, 폐렴은 완전히 나았습니다."


남편이 순조롭게 회복된 것 같아 감사하고 기쁜 한편, 이 시점에서 남편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항생제를 복용했을 때 가장 영향을 받는 장기 순위를 검색해 보니, 1위는 대장, 2위는 간, 3위는 신장, 그리고 4위가 위였다. 그러고 보니, 남편이 약을 먹은 지 사흘째 되던 날부터 "속이 좀 쓰리다"는 말을 몇 번 했었다.

항생제로 인해 예민해진 위를 달래줄 필요가 있었다.


위 건강을 돕는 대표적인 음식은 단연 양배추다. 또한, 감자도 알칼리성 식품이라 위산을 줄여 속쓰림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 남편의 위를 보호하고 회복시키는 음식인 양배추와 감자를 활용한 요리를 만들기로 했다.


만약 남편이 아직 폐렴을 앓고 있었다면, 몸이 소화하는 데에 에너지를 쓰지 않도록 기름을 사용하지 않은 양배추찜이나 양배추죽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편은 이제 폐렴에서 완전히 회복되었으니, 오늘은 기름을 적당히 사용해서 전을 부치기로 했다.


양배추 한 줌 정도와 양배추의 반 정도 분량의 감자를 가늘게 채썰어 볼에 담고, 

찹쌀가루 한큰술과 튀김가루 한 큰술, 그리고 소금 후추를 넣어 대충 버무려 주었다. 

중약불에 달구어진 프라이펜에 반죽을 얇게 펴서 올리고, 약 3분 정도 뚜껑을 덮은 채로 익혔다. 

그리고 나서 뚜껑을 열고 전을 뒤집어 반대편도 노릿노릿 익혀서 완성했다. 


양배추감자전은 처음 만들어보는 요리라 남편이 과연 좋아할지 걱정이 되었다.

남편은 전 한 조각을 집어 들고 입에 넣은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맛을 음미하느라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맛이 어때요?"

그러자 남편은 깊은 감동이 담긴 끄덕임으로 대답했다.
그제야 나도 한 입 먹어보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양배추의 고소함과 달달함에 감자와 찹쌀가루의 쫀득함이 더해지자 식감과 풍미가 상당히 훌륭했다. 

후추의 향이 킥이었다. 보통 후추는 음식에서 조용한 조연 역할을 하는데, 이번에는 양배추와 감자를 배경으로 화려한 주연처럼 느껴졌다.


이 양배추감자전이 남편의 위를 잘 감싸주기를. 

월요일 연재
이전 02화 검은콩차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