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사이에는 사랑만 있는 게 아니다
네가 너인 게 어떻게
너의 약점이 될 수 있어
청춘과 사랑, 우정 그 따뜻한 말속에는 어쩌면 가슴 아픈 상처가 남아있다. 우리가 단편적으로 본 그 모든 것.
그게 마음일 수도. 사람일 수도. 관계일 수도.
우연히 원작을 읽게 되었다. 이미 영화로 개봉한 걸 알고 있었고, 많은 곳에서 이 작품에 대해 들었으나 직접 보지는 못한 상태에서 부족한 시간을 쪼개 책 페이지를 넘겼다. 약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읽었던 건 첫 번째 에피소드인 ‘ 재희 ’였다. 약 70페이지 정도를 짧게 읽은 나였지만 그 시간 안에서 나는 분명 이 책에 깊게 빠졌다. 다소 직설적이며 강렬하게 표현되는 사실성. 알고 있었지만 꺼려했던 마음의 짐들을 마주하게 하는 스토리가 나를 이끌었다. 그러고 나서 홀린 듯 찾아보게 된 이 영화.
이 글은 대도시의 사랑법의 감상평이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단어인 청춘과 사랑은 극 중에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동시에 영화를 시청하는 관객들에게 재구성의 기회를 준다. 내가 알고 있던 청춘과 남자와 여자의 관계, 그리고 사랑까지. 어쩌면 나는 좁은 세상 속에서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재희와 흥수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나는 왜인지 모르게 위로를 받기도 했고, 그들을 이해하기도 했다. 좀 추상적으로 표현해봤는데, 한 마디로 이 영화는 매우 잘 만들었다. 정말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부분이 많았으며 어쩌면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적절한 온도로 잘 풀어냈다. 극을 이끄는 김고은과 노상현의 연기는 가히 압도적이다.
사랑이라는 마음의 다양한 형태
사실 이 영화를 접하기 전에 나는 이 영화에서 나오는 사랑의 다양한 형태 중 하나인 동성애를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나는 그랬다. 그러나 이걸 본 뒤로는 조금의 생각의 변화가 든다. 작품 내내 말하는 구희와 흥수 속에서 나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어느덧 동화되어 그들을 응원했다. 사실 나를 포함한 일반적인 관객들에게는 어쩌면 쉽게 접할 수 없고 어려울 수 있는 그 생각들을 이 작품은 이해해 주고 이끈다. 모든 걸 다 해보고 싶은 재희의 사랑과 한 발자국 뒤에서 사랑을 원했던 흥수의 마음. 그 모든 게 이해가 되고 마음을 울린다.
이건 단순한 친구의 우정이야기
부과적이고 세부적인 설정들 속에서 변함이 없는 건 결국 이건 두 친구의 우정이야기이고 성장이야기라는 것이다. 작품 속에서 그들은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이해하고 어루만져준다. 두 친구의 어쩌면 볼품없고 한심하기도 한 그 부분들 속에서 재희와 흥수는 관객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하나의 우정을 형성한다. 마냥 진지하지 않고 오히려 엄청 밝고 유쾌하게 그 둘의 우정을 조명한다.
재희와 흥수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돼
작품의 두 주인공의 매력은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 특이할 수 있는 콘셉트이지만 두 배우의 연기력이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나타낸다. 작품 내내 캐릭터들의 서사가 깊고 두껍게 쌓이며 몰입의 큰 도움이 된다. 인물을 연출하는 데 있어서 두 주인공 모두 적절한 분량과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서로의 매력을 뿜어낸다.
사회를 향한 큰 위로의 메시지
작품에서는 재희와 흥수로 표현되지만, 이건 우리 모두가 겪었고, 겪을 수도 있는 하나의 이야기이다. 영화와 똑같은 현실과 문제를 겪지 않는다고 해도, 작품 내에서 흥수나 재희가 느끼는 고민들과 아픔들이 관객들에게 전혀 어색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큰 위로를 받았다.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큰 슬픔의 분위기 없이 대체적으로 밝지만 밝은 분위기로도 숨길 수 없는 내면의 아픔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리고 그 아픔들이 결국 사라져 가는 과정들 속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위로를 받고, 눈물을 흘리게 된다.
오랜만에 깊은 감동과 위로를 얻은 작품을 보게 된 것 같다. 꼭 내가 흥수나 재희가 아니어도 마음이 울리며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그들의 우정 속에서 울고 웃게 된다. 나도 그들과 같은 뜨거운 청춘의 기억을 쌓기를 바란다.
5점 만점에 4점
겁 없이 부딪히고 산산이 부서지는.
그게 청춘의 아픔이고 사랑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