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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BTED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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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Sep 04. 2023

2편 / 2화

겪게 되면 알게 될

" 나이롱! 오늘 9시!"

지 할 말만 하고는 사라져 버린 미친 의사. 9시에 또 잠들어야 하는 일이 있나 보다. 이젠 궁금하지 않다. 이젠 내가 꿈에서 볼 상황이 궁금해서 빨리 자고 싶다.





"누구야!! 누가 우리 가연이를!!!"

"여보. 흑흑.. 가연이가 옆에 대학생 오빠한테 인사한다며 따라갔는데.. 세상에 그 학생이 귀찮게 한다면서

가연이를 밀쳐 버렸어. 나는 애기 챙기느라 그 사람을 쫓을 새도 없었고.."

"그래서 지금 가연이 상태는 어떤데?"

"넘어지면서 갈비뼈에 금이 갔대.. 입원치료해야 될 거래.."

"경찰은? 뭐라는데? 잡을 수 있대?"

"그게.. 검은색 모자랑 마스크까지 한 바람에.... 최대한 찾아보겠다고는 했어.."

"내가 경찰서로 바로 가볼게!!"


성질이 머리끝까지 난 남자를 우리도 따라간다. 병실문이 열리니 경찰서에 우리가 도착해 있다.



"형사님! CCTV 확인은 다 해보신 거예요??"

"네.. 주변에 CCTV 모두 확보해서 범인을 찾고는 있는데.. 워낙 외진 산책길이었고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모두 가린 상태라 특정하기가.. 그래도 저희가 최선을 다해 범인 검거하겠습니다."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 이건 정말 묻지마 폭행 아닙니까!! 저렇게 작고 여린 저어린애를 저렇게 때리는 건 살인미수 아닌가요?!!! 우리 딸 갈비뼈에 금이 갔다구요!!!"


갑자기 경찰서의 모든 상황이 정지되었다. 미친 의사가 가연이 아빠에게 다가간다. 


"어이.. CCTV에 보이는 사람.. 정말 누군지 모르겠어?"

"당신 뭐야! 어? 형사들은 왜 다 멈춰있는 거야?"

"그 옛날 네가 차버린 그 어린 고양이 기억나나?"

"그게.. 무슨..."

"너도 그날 비도 오고 춥다고 너에게 다가온 작은 아기고양이를 냅다 발로 차버렸지. 너의 그 발길질에 그 고양이도 갈비뼈가 부러졌었다고!"

"아니! 그깟 길고양이 하나 발로 찬 게 뭐가 그리 잘못이야!! 내 옷에 젖은 몸을 갖다 대면서 귀찮게 하는데

누가 좋아해!!"

"그래. 반기진 않지만 그렇다고 너처럼 발로 차 뼈를 부러트리진 않지!! 니 딸을 밀어버린 저 대학생도 망친 시험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여서 귀찮아서 그랬대. 그때의 너처럼."

"그때 그 고양이는 죽어도 상관없는 그냥 길고양이였다고!! 우리 애는 다르잖아!"

"죽어도 상관없다는 건 누가 정한 기준일까? 난 그런 거 정해놓은 적이 없는데! 이 세상에 하찮은 생명은 단하나도 없어! 다 존재의 이유가 있으니 이 지구상에 태어난 거야!! 네가 만약 아무리 높은 신이라고 해도 한 생명을 네 맘대로 죽여도 된다고 규정할 순 없어!! 그때 네가 차버린 그 어린 고양이는 부러진 갈비뼈로 길생활을 계속해야 했지. 길에서 먹이를 찾아야하다 보니 당연히 적에게 약한 상대가 되었겠지? 네가 귀찮다고 생각하고 한 행동 때문에 저 고양이는 30일 만에 길가에서 굶어 죽었어. 안타깝게도 먹이활동을 못해 갈비뼈도 다 아물지 안은채 말이야. 자 봐. CCTV에 저 검은 점퍼의 검은 모자. 그때의 딱 네 모습이라고."


CCTV에 보여지는 가해자의 모습은 그날 비오던 날의 젊은 가연의 아빠와 동일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고양이가 나에게 저주를..."

"아니. 고양이가 너에게 저주를 내린 게 아니야! 너의 모든 악행을 지켜보는 나 같은 존재가 그 죄를 너에게 오늘을 내려준 거지. 똑같은 방법으로.. 상대만 다르게.."

"그날은 나의 실수였어. 나의 잘못이었어.. 나에게 아픔을 줄 일이지 왜 어린 작은 내 딸에게 아픔을 주는 거야!"

"앞으로 같은 실수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 너의 작은 행동 하나가 다 너의 딸,아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거 잊지 말라고. 그리고 모든 생명은 위대하다는 것도 잊지 마."


정지된 화면이 재생되 듯 멈춰있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형사가 말을 한다.

"저희가 꼭 찾아서 잡을게요. 아버님은 너무 걱정 마시고 돌아가세요. 연락드릴게요."

"네...... 죄송합니다..... 제가 다 죄송합니다....."

"네..? 그게 무슨...."


경찰서를 나오며 나는 미친의사에게 말했다.


"저 사람 진짜 뉘우친 걸까요?"

"모르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 지는 지켜봐야 알겠지~ 그래도 뭔가 느끼는 건 있지 않을까? 느끼고 바뀌는 건 내 몫이 아니라서 말이야."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착각에 빠진다. 내가 이 세상에 가장 위대한 존재라고. 나에게 주어진 모든 환경은 절대 변할리 없고 당연한 것들이라고. 그러나 우린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절대 잊어선 않된다. 홍수가 나고, 해일이 일어나는 일들. 사람의 힘으로 어찌 수습이 안되는 전염병이 돌거나 하는 일 모두가. 자연을 함부로 여기고 작은 생명을 함부로 여기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경각심을 주기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벌을 내리는 것은 아닐까.

어릴때 길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된다고 배웠었다. 지구가 아파한다면서. 사실 그런 이야기들은 어린 나에게 세뇌를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당장 나에게 해를 입히는 것은 없으니 말이다. 우리는 생각해 봐야한다. 내가 버린 작은 쓰레기들은 바람을 타고 물을 타고 바다로 모인다. 그 바다에서 살고있는 쓰레기를 먹고 자란 물고기를 잡아 다시.. 쓰레기를 버린 인간의 입으로 들어간다. 결과는 결국 돌고 돌아 원인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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