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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BTED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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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Aug 28. 2023

2편 / 1화

배고픔과 추위. 길 위의 아기고양이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다. 따듯함이 느껴지는 이곳은 아직도 병원이다.

언제 퇴원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걸음이 완전치 않아 재활이 더 필요한 듯 하다. 학교에 가질 않으니 그것만은 살만하다.



"어이~ 오늘도 갈 데가 있다고~~ 오늘도 야식 금지!! 일찍 주무시길 바랍니다~!!"


채수빈과 한참 수다를 떨고 온 미친 의사는 뭔가 만족스런얼굴을 하고 있다. 오늘은 어디에 무슨 일로 또 날 데려가는지 알 순 없지만, 일단 난 시키는대로 해야 하는 입장이니...



저녁 9시. 절대 졸리지 않다. 먹고 걷기 운동만 하다 보니 그다지 피로하지 않아서인지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도 일찍 자리에 눕는다. 오늘도 어딜 가야 한다니 조금씩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어이! 고삘!!"  미친 의사가 나를 향해 다가온다. 

"이름을 부르던가 아님 그냥 어깨를 툭 치세요."

"앞에 상황 잘 봐둬라~!!"



내가 있는 이곳은 둑길이다. 어스름 저녁길에 비가 추적추적 오고 날씨도 제법 쌀쌀하다.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검은색 바람막이로 모자위부터 푹 덮어쓰고 바람을 막고는 걸어오는 20대의 한 청년이 내리는 비를 모두 맞으며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직 날이 쌀쌀해 몸을 움츠리며 가고 있는데 청년의 발 옆으로 작은 노란색줄무늬의 비에 젖은 아기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온다.


"야옹~"


청년은 눈길도 주지 않고 본인 길을 계속 가지만 그 고양이는 청년에 다리에 몸을 부비며 계속 울어댄다.


"아씨. 축축하게 뭐야!! 비도 오고 짜증나 죽겠구만!!"

"야옹~"

"저리 안 꺼져~!!!!"


이내 청년은 그 작은 비에 젖은 아기고양이를 발로 차버린다. 갈비뼈를 쎄게 걷어 차인 고양이는 소리도 못 낸 멀찍이 떨어져 버린다. 또다시 자기에게 유해를 가할까 절룩이며 비틀비틀 저 위로 도망쳐버린다.


"재수 없게! 비도 오는데 별개 다 걸리적거리내!! 짜증나게!!"


한껏 화를 내며 청년은 종아리에 붙어있는 고양이 털들을 툭툭 털어낸다. 비에 젖은 탓에 잘 털어지지 않다 보니 청년은 또 한 번 짜증을 부리며 도망간 고양이를 찾아 뒤를 돌아보곤 이내 앞을 보고 걸음을 재촉한다.



"자~오늘은 날도 추우니 이것으로 마칩니다~ 이제 네가 뭘 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겠지?!"

미친 의사는 오늘도 여지없는 빨간 정장에 은색 머리칼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옷은 근무복 같은 거예요?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멋있어서 입는 건 아니죠??"

"시끄러워."

"설마 멋있어서 입는 건 아니죠??"

"시끄러워."

"멋있어서 입는 거예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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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아침 먹어야지~~"

"네.... 감사합니다."

"어제 일찍 자는 것 같더니 아직도 안 일어났네~~ 얼른 밥 챙겨~!!"


어제 빗길에 좀 서 있어서 그런가 몸에 아직 한기가 남아있다. 아침으로 따듯한 소고기뭇국이 나왔다. 뜨끈한 국물을 한입 머금으니 한기가 달아나는 듯하다. 역시 오늘도 맛집을 연상캐하는 아침을 뚝딱 비운뒤 환자용 샤워실로 향한다.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오니 한기가 모두 내 몸에서 빠져나간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병실로 돌아와 수첩을 집어든다. 어제 미친 의사와 본 상황을 작성해야 한다.



2023년 4월 2일.

피해자. 아기고양이.   가해자. 검은 옷의 청년

비가 오는 날. 검은 옷을 입은 한 청년은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추위 때문인지 배고픔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기고양이 한 마리가 그 청년에게 다가가 다리에 몸을 비빕니다. 청년은 귀찮은 듯 저리 가라며 소리를 지릅니다.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겁을 먹은 아기고양이가 멀리 떨어졌다가 다시 청년에게 다가가 몸을 비비니 청년은 발로 고양이를 차버렸습니다.

고양이는 그 청년의 발차기에 옆으로 나가떨어져 버렸습니다.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며 파닥거다 후다닥 일어나 저 멀리 도망가 버렸고 옷이 더러워진 청년은 짜증을 내며 고양이를 다시 찾지만 도망간 고양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청년은 다시 빠른 걸음으로 가던 길을 갔습니다.


찰칵. 전송……………………………………… 5분 뒤 카톡으로 답장이 왔다.


‘ㄱ. 대장’ 접수완료.



미친 의사가 어느새 내 옆으로 와 내 휴대폰을 훔쳐본다. 흰색 슬랙스에 청남방을 입고 안에는 흰색의 반팔티셔츠를 받쳐 입었다. 한껏 젊어 보이려고 애쓴 모습이 역력하다. 그리고 알 없는 뿔테안경을 올리며 나에게 말한다.


"한번 해봤다고 이제 혼자 잘하는군."

"남에 거 훔쳐보고 그러지 마요. 나도 프라이버시가 있어."

"하이고~ 퍽이나! 니깟놈이 뭔 프라이버시.ㅋㅋㅋ"

"가 그냥. 쫌 가. 내가 아저씨 필요하면 찾아갈 테니까 좀 저기로 가요~ 수빈누가 찾으러 가던가!"

"이제 수빈 씨는 찾을 일이 없어.ㅎㅎ 수빈 씨 일은 다 끝났거든.ㅎ"

"내 일은 안 끝나요? 나한테서도 좀 떨어지면 좋겠네!"

"응! 넌 좀 오래 같이 있어야 할 것 같아. 나도 네가 좋아서 있는 거 아니니까 우리 서로 좀 참자!"

"휴~!! 끝나긴 끝나죠? 0.0 "

"그럼~ 사람은 언젠가 죽으니까. 이일도 언젠가 끝이 있겠지~?!ㅎㅎ"

"헐, 그럼 죽을 때까지 아저씨랑 이래야 한다고? 우리 엄마아빤 뭘 잘못한 거지..? 대체 왜..? ㅠㅜ"

"나중에 다~ 알게 될거야~!! 근데 지금은 아니라니까 좀 기다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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