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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BTED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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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Aug 27. 2023

1편 / 6화

빚을 지고, 빚을 갚고

나는 머릿속이 복잡하다. 뭔가 생각도 정리도 필요한 듯하다. 몸을 일으켜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선다.

열심히 재활치료를 한 덕에 내 다리의 통증은 거의 없어졌다. 자판기가 있는 휴게실로 가 음료수 하나를 뽑아서는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 내가 저지른 잘못들을.. 내 자식이 대신 벌을 받는다.. 왜 내가 아닌 내 자식이 내 가족이 대신 받아야 하는 거지..?'


미친 의사가 어느새 내 옆으로와 내 음료수를 뺏어내며 내 생각에 답을 한다.

" 인간들은 몰라! 본인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를. 본인이 똑같이 겪어보기 전까진 절대 모르지.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고 있는지.. 그걸 알려주는게 내 일이야. 직접 겪는 거보다 최대한 더 아프게..."

"왜 하필 자식들에게 그 벌을 내리는 거예요? 본인들에게 겪게 해 줘도 될 일이잖아요.."

"마음에 상처가 큰 사람들은.. 단순히 가해자가 죽는다고 해도 속 시원하다 느끼는 사람이 몇 없어!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게 '너도 똑같이 당해봐라'이거지. 그냥 죽어버린다고 해서 나한테 한 짓이 절대 용서가 될리가 없어.. 내 고통을 다 알리가 없으니까..

가해자는 그냥 잊어버리는 일이 될지 모르지만, 당한 사람은 평생 트라우마로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 그럼, 나의 억울함은 누가 알아주지? 날 힘들게 했던 사람들은 뭔지 모르게 나보다 더 잘 살아!열받게 말이야! 왜 하필 자식에게 같은일을 겪는 아픔을 주냐고? 부모가 되면 자식일에 가장 마음이 아플 거야. 날 희생해서라도 건강히 행복하게만 자라주길 바라는 게 부모마음이니까.. 자식일 앞에선 본인 목숨도 내놓을 만큼 헌신하니까.. 그래서 저런 인간들이 다른 남의 집 귀한 자식들에게 무슨 짓을 하며 사는지 알려주려는 거야. 내 자식 귀한 만큼 당하고 있는 사람들도 남의 집 귀한 자식이니까. 그걸 알려주려고..내 자식이 내가 했던 악행을 직접 겪으며 지내는 모습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으니 더 고통스럽겠지.. 그리고 난, 지난날 저들이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살았는지 무조건 알길 바래. 그리고 꼭 후회하길 바래.. 세상에서 가장 마음아파면서.. "

"그래도.. 자식들은 죄가 없잖아요..."

"그런 부모를 만난 게 안타깝지만 죄라면 죄겠지."

"그럼 지금이라도 얘길 해주면요?"

"ㅎㅎ. 얘길 해주는 사람이 없었을까? '너 이렇게 살면 나중에 벌 받아~!!'라고 누군가는 이야기 했을 걸~

아무리 얘기해 줘도 저런 인간들은 한 귀로 듣고 그냥 흘려버려. 말하는 사람만 입 아프지."


내가 생각하기에도 어느 정도 인정이 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나중이라는 것은, 지금 당장이 아니니 일어나지도 않을 나중을 걱정하며 사는 사람은 몇 없을거다. 그리고 그런 미신 같은 이야기에 지레 겁먹을 사람도 없다.


"깊게 생각해 봐야 니 머리만 아파~ 운동치료나 가라~ 난 수빈 씨나 찾으러 가야지~"


왜 저렇게 수빈을 찾아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본인일을 하러 가는 거겠지. 후련함도 있지만 한편으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오늘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효정의 딸이 불쌍해서일까.


미친 의사는 이윽고 수빈을 찾아 옆으로 간다.

"401호 할아버지 혈압재고 오는구나? 오늘 점심은? 맘 편히 먹었어??"

"아... 일지 정리가 밀려서 오늘 점심은 초코파이로 때웠어요..."

"이구.. 밥 거르면 건강 나빠지는데... 그런데 지난번 내가 얘기한 거는? 생각해 봤어??"

"네... 생각은 하는데 일과가 바쁘다 보니 짬이 많이 나질 않아서..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어요..."

"급할 건 없으니까.. 천천히해.. 그리고 밥이나 먼저 잘 챙기고~ 내 건강은 내가 챙겨야지 남이 못 챙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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