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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BTED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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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Sep 08. 2023

3편 / 1화

순간의 잘못된 선택

고작 5분 늦게 잠들었다고 현성을 타박하는 미친 의사. 제발 시간개념 좀 챙기라며 나에게 잔소릴 퍼붓고 있다. 그런 의사를 올려다보며 발악발악 대들어보지만 결국 난 뒤통수를 맞았다. 오늘도 나는 빨간 정장 말고 주황정장은 없냐며 킥킥거리고 있다. 언제봐도 적응안되는 비주얼이다. 미친의사가 내 얼굴을 손으로 밀어대며 걷다보니 우리는 식당이 즐비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시끌시끌 정신없는 뒷고기집 식당. 다들 얼큰히 취해있는 회식자리. 저쪽에 신입사원 김주임이 보인다.


"그래. 일은 할 만한가? 우리 회사 분위기 좋지?!!"

"네!! 우리 집 부모님보다 친구들보다 더 편하고 좋습니다!! 특히 박대리님이 너무 살뜰히 챙겨주셔서 어찌나 감사한지 몰라요~~"


술이 취해서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것인가? 원래 사회란 저런 닭살 돋는 말을 면전에서 아무렇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라면... 난 사업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젊은 사람들끼리 2차가~난 오늘도 늦으면 이혼당해~!!"

"네~~들어가세요 부장님~~~"

"안녕히 가세요~~~"


나이가 지긋한 부장님을 일제히 배웅하고 남은 직원들은

2차 장소를 토론하고 있다.


"술도 깰 겸 요 옆에 노래방이나 가자~맥주나 한잔씩들 하게~"


신나게 흔들고 노래를 부른 그들은 비틀대며 1층으로 내려온다~ 하나 둘 택시와 대리운전을 부르고 귀가를 하고 가장 막내인 김주임만 남았다. 선배들을 먼저 보내야 하다 보니 제일 마지막이 되었다.


"여보세요~기사님 언제 배정돼요~~ 다들 가고 저만 남았는데ㅠㅜ"

"고객님 죄송해요~요즘 회식철이라 그런지 기사님이 없어요~ 조금뒤에 다시 전화주셔보세요~"


전화를 끊은 김주임이 비틀비틀 본인의 차에 오른다.

나는 미친의사를 보며 말했다.


"어~? 저렇게 운전하려고 하나??"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 눈을 붙히는 김주임을 보며 난 왠지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한 시간가량 쪽잠을 자던 김주임이 잠에서 깨어났다. 다시 대리운전기사를 부르기 위해 전화를 했지만 여전히 기사님이 없다며 기다려달란 말뿐.


김주임은 생각에 잠긴다. 벌써 시간은 새벽 2시. 내일 출근을 해야 해서 하염없이 이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택시를 타고 가려니 왠지 모를 번거로움에 택시는 잘 잡힐지 모른단 생각에 머리를 좌우로 흔든다.


'한숨 잤으니 괜찮겠지. 20분만 가면 되니까'

김주임의 속마음이 들렸다.


김주임이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긴다. 차에 시동을 걸고 운전대를 잡았다. 10분정도 운전을 하며 가다 보니 다시 스멀스멀 취기가 돌며 잠이 솔솔 오기 시작했다. 횡단보도 앞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려는 찰나 김주임은 무거운 눈꺼풀을 감았다. 신호대기 중이던 족발배달 오토바이는 신호가 바뀜을 보고 출발한다.


콰앙!!!!!!!




"김태형 씨!! 도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 겁니까!! 당신 때문에 사람이 죽었어!"

"네..? 제가 사고를 낸 겁니까?"

"요즘 때가 어느 땐데 음주운전을 합니까~!!"


음주사고로 젊은 한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그는 아버지의 족발 가게를 도와 배달을 나가던 착한 청년이었다.

어린 시절 철이 없었음을 인지하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딴 뒤 이제는 착실히 대학생활을 하며 취업준비를 하던 착실한 청년이었다. 꽃다운 나이 24살에 생을 마감하는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였다.


경찰서 문을 열고 나오니 이곳은 사망한 청년의 아버지 족발가게. 나이가 조금은 있어보이는 가게 사장님의 앞으로 김태형의 부모가 앉아있었다. 김태형의 어머니는 연신 눈물을 흘리고 계시고 아버지께서 조심스럽게 입을 떼신다.


"아버님 정말 죄송합니다. 돌아가신 아드님께는 너무 죄송해서 할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 이렇게 염치없이 찾아와 이런 부탁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아들도 이번에 갖 취직한 사회 초년생입니다. 한 번의 실수로 되돌릴 수 없는 큰 잘못을 한 것은 천번 만번 죄송하고 또 죄송하지만 이렇게 젊은 제 아들도 부디 가엽게 여겨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합의금은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합의금? 지금 내 자식 목숨을 돈으로 매겨 주겠단 거요? 그래서 당신들 돈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말을 하는거요?"

"사장님. 정말 죄송해요. 우리 아들도 정말 실수한거에요. 많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부디 한번만 선처를 해주시면 정말 이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젊은사람 앞길도 제발 생각해주세요.."

"그만 돌아들 가요. 아직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나는 미친의사를 돌아보며 말했다.

"와.. 저 사람들도 정말 염치가 없네요.. 본인 아들만 자식인가? 아빠 돕다 그리된 그 착한 형은 무슨 죄야.. 낯짝 두껍게 잘도 합의금을 들고 찾아왔네..나 같으면 절대 합의 안해줘!!"

"부모란 것이 내 자식일에는 앞도 뒤도 안 보이는 거니까.. 내 자식이 아무리 큰 잘못을 했어도 앞으로 남은 앞길을 지켜주고 싶은 거지.."

"이제 저 자러 가요? 아침에 작성해야죠~"

"어? 일이 하나 더 있나 본데?"


이것이 끝일 줄 알고 가게문을 열과 나온 우리는 전혀 다른 곳으로 이동해 있었다.

한산한 시골길. 차가 없는 도로여서 인지 신호등은 황색불만 깜빡이고 있다.


"어? 저기 흰색 자동차 운전석에 김태형이네?"


 그날일이 있은 후 2년 뒤인 지금. 저 앞에 흰색의 차량. 운전대를 잡고 천천히 다가오는 눈이 반쯤 풀린 김태형이 보인다. 불안함이 엄습하고 있다. 2년 전 그 일을 잊은 것인가? 또다시 음주운전이란 말인가... 도로 옆으로는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께서 자전거를 타고 오고 계신다. 어두운 시골길 차도 하나없는 한적한 도로에 자전거를 탄 노인이 김태형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콰앙.


김태형의 차는 할아버지의 자전거를 치어버렸다.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의 자전거는 논두렁으로 빠져버리며 할아버지께서는 의식을 잃었다. 차를 세우고 비틀대며 내린 김태형은 고라니를 친 것인가 싶어 무슨일인지 주위를 살핀다. 옆 논두렁에 쓰러져 계신 할아버지를 발견했다. 흠칫 놀라긴 했지만 서둘러 어두운 시골 도롯길을 이리저리 살핀 뒤 사람과 차가 없음을 확인 한 김태형은 다시 본인의 차로 돌아가 운전대를 잡는다. 그리곤 가던 길을 계속해서 가버린다.





팔과 다리에 골절을 당하셨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었다. 하나 안타까운 것은 인적이 드문 시골길이라 범인은 찾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의 자녀분들께서 할아버지의 병원비를 부담하셨고 범인을 찾기 위해 뛰어다녔지만 아쉽게도 범인을 잡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본 우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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