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르를 다르게 보기. 킹오파와 철권의 차이는 무엇일까?
'철권'과 'KOF(더 킹 오브 파이터즈)'는 같은 격투게임이지만, 기획자 입장에서 다르게 보아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무엇이 다를까요? 개발사가 다를 수 있고, 캐릭터와 세계관이 다를 수 있습니다. 3대3 팀 전투 시스템 기반이나 개별 캐릭터로 맞붙는 것이 다를 수 있습니다. '킹 오브 파이터즈'의 다양한 스타일, 만화적 디자인이나 '철권'의 현실적인 개성 있는 캐릭터들일 수도 있습니다.
핵심을 짚어보면 게임의 메카닉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킹 오브 파이터즈'는 2D 대전 격투 게임으로, 특징 있는 화려한 콤보 및 슈퍼 스킬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철권'은 3D 대전 격투 게임으로 다양한 스텝 움직임을 활용하여 전략적으로 전투를 펼칩니다.
'철권'의 스텝을 활용한 전략적 전투란 무엇일까요?
격투게임은 상대와 대결하여 누구가 먼저 KO 시키거나 대미지를 더 많이 주었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게임 장르입니다. '철권'은 타 격투게임과 달리 거의 모든 콤보가 공중에서 이루어집니다. 단타로 상대를 견제하는 것도 있는데, 이것을 속된 말로 짤짤이를 넣는다고 하며, 심리전 및 빈틈을 포착하기 위한 행동이기도 합니다.
공중 콤보의 장점은 상대를 띄웠을 때 특정 대미지를 욱여넣을 수 있으며, 벽으로 보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한 번 띄웠을 때 무한 콤보로 이어지지 않도록 띄우기 이후 타수가 증가할수록 상대와의 거리가 멀어지고, 타수별로 대미지 보정이 들어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공중 콤보 최대 타수는 벽 콤보를 제외하고 10 HIT 내외로 결정되며, 같은 기술만을 사용하더라도 대미지 보정이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따라 종합 대미지가 달라집니다. 이로 인해 짤짤이나 콤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서로의 수싸움을 위해 스텝을 활용한 전략적 전투를 수행하게 됩니다. '철권'은 공중 콤보의 전성기를 시작했던 '철권 6 BR'부터 '철권 태그 토너먼트 2', 최근의 '철권 7 FR'까지 콤보의 이해가 깊어졌습니다.
더욱 이해를 돕기 위해 포켓몬스터를 예로 들어볼 수 있습니다.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이 아는 포켓몬스터는, 속성=포켓몬이었습니다. 즉, 리자몽을 이기기 위해서는 물속성인 거북왕을 사용하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에서 나온 8세대 '소드&실드'의 최종 챔피언 '단델'의 리자몽은 '번개펀치'를 사용합니다. 즉, 불타입 리자몽을 이기기 위해 물타입을 꺼내는 순간 번개타입의 '번개펀치'를 맞고 저세상으로 갈 수 있습니다.
게임의 장르는 계속적인 도전과 발전을 필요로 합니다. 포켓몬스터 또한 그렇습니다. 강한 IP도 있지만 그들이 이루어낸 전략의 길도 존재합니다. 어른들이 아는 1세대 포켓몬스터에서 바뀌어서 도전과 혁신을 이루어낸 4세대에는 물리/특수/변화 카테고리로 나눈 후 각각 포켓몬의 공격과 특공에 따라 위력이 변화하며 각각 기술들도 속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위의 번개펀치를 쓰는 리자몽으로 물타입을 견제하는 것처럼 다양한 콤비네이션을 만들었으며 1:1 대전에서는 사용 효율이 좋지 않은 기술들도 존재하였기에 더 많은 경우의 수를 만들고자 2:2 대전으로 발전해 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철권'과 포켓몬스터는 장르는 다르지만 유저들이 깊게 고민하며 다양한 전략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장르의 깊이를 풍미 있게 변화시킨 것은 동일합니다
마이너 장르인 로그라이크, 방치형 게임, 소울라이크 등의 현재 대중성은 미미하지만 분명 성장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장르에 도전하는 후속 작품들을 살펴보면 다크소울이나 뱀파이어서바이벌 및 탕탕 특공대 같은 성공한 게임에서 조금의 변화를 가미하여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새로운 콘셉트, 캐릭터 특징, 스토리, 그래픽 등을 통해 독자성을 부여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마치 성스러운 인디 게임의 영역이기 때문에 통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며, 혹은 '이 장르는 이런 스타일이니까 좋아할 거야'라며 현실을 부정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들 작품은 독창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가 제대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KS’IDEA의 이근상 대표가 '작은 브랜드가 살아남는 법'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한 사례 중에 파파이스라는 브랜드는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케이준 소스나 치킨 버거와 같은 아이디어를 더 확고하게 어필함으로써 성공했습니다. 이를 모르는 외부인들은 한국 시장에서는 불고기 버거나 저녁 맥주 장사와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추천했다고 합니다. 어느 유튜버가 스마트 스토어 부업 후기를 영상으로 제작하여 올린 것을 시청했는데, 그 내용은 첫 두 달 동안은 매달 400만 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그 이후로는 잘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큰 스마트 스토어 업체에서 더 화려한 사진과 서비스로 판매를 시작하면서 본인의 아이템은 랭킹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라졌으며, 구매율도 떨어져 갔습니다. 결국 본인은 무기력함에 빠져 부업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게임 분야에도 나타납니다. 해당 장르의 대표 개발사들의 개발력과 아트 퀄리티는 후발주자들의 아이디어를 흡수하면서 성장합니다. 후발주자들만을 보고 배울 뿐만 아니라 승부는 스토리나 독특한 아트보다는 플레이어가 더 다양한 전략으로 즐겁게 고민하게 만드는 데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