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Collage 11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by HONG

홀로 어둠을 밝히랴, 우리 노래 부르리라, 굳건한 이 소리로 이 세상을 고치리라


부정적인 것들을 긍정적인 것들로 그 모든 것이 어쩌면 하나이기에.

정확한 내용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퇴마'의 개념은 주변의 다른 나라에 비해 조금 독특하다고 한다.

주로 악령이나 험한 것들을 '봉인'하거나 '퇴치'하려는 많은 무속 신앙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의 무속 신앙은 주로 최대한 그것들의 이야기를 듣고 달래어 최대한 즐겁게 만들어주며 스스로 떠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부정한 것들을 물리치는 것. 어떻게 보면 정말 '아이돌'은 정말 현대판 '무당'이 아닐까?


이 영화에서 팬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헌트릭스와 함께 부정적인 감정을 정화하며 각자의 일상 속에서 그들에게 힘을 얻고 또 힘을 주는 존재로 표현된다.

헌트릭스는 부정적인 감정을 정화하기 위해 귀마와 싸워가며 끝이 없는 긍정을 노래하기 위해 아이돌 활동과 헌터활동을 병행하며 쉴 틈 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약점과 부정을 이겨내기 위해 무리하게 다시 활동을 이어나가는 루미를 보며 쉴 틈 없이 자신을 몰아붙이는 현실의 사람들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긍정을 노래하는 무대도 여유가 사라지자 불안과 부정이 금세 스며든다. 헌트리스 멤버들은 서로 길을 잃은 듯 헤매는 모습을 보여준다.

솔직히 쉴 틈 없는 스케줄과 살인적인 고음때문에 충분히 목소리가 안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혼문의 완성을 앞두고 자신들을 방해하는 새로운 아이돌 사자보이즈의 등장과 이상하게도 수가 많아진 귀마들까지 합세하며 헌트릭스는 팬들이 보기에 '슬럼프'에 빠진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이 원하던 긍정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끌어내리라는(Takedown) 노래가사처럼 조금 과격하게 변해가는 듯 보였다.


루미는 유일하게 자신의 비밀을 아는 진우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이해하게 되지만 그 장면이 내겐 사랑보단 연민과 공감 또 그것을 통한 치유에 더 가깝게 보였다.

루미에게 가장 부정적인 것들인 귀마는 루미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또 진우이기도 하다.

가장 긍정적으로 보였던 사랑하는 동료인 루미와 미라 그리고 팬들의 사랑은 루미를 부정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루미는 진우의 이야기를 듣고 달래어주고 마지막엔 자신의 의지로 루미를 지켜주며 떠나는 진우를 보며 루미는 주저하지 않고 귀마를 물리치기 위해 싸워나간다.

그 장면이 무속에서 영혼을 달래어 떠나게 하는 방식과 겹쳐 보였다.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루미 역시 연민과 공감으로 영혼을 달래주고 치유해 주는 훌륭한 '헌터(무당)'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 건지 제대로 보여줄게' (done, done, done)
'끝없이 올라가는 우리의 순간'(golden)을 동경하면서도
결국엔 '네 죄 마저 감싸줄 사랑'(your idol)를 갈망한다.
'깨진 유리조각 안에서도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어둠과 조화 속에 살아있는 거짓 없는 목소리'(what it sounds like)로


부정과 긍정, 음과 양을 깨달은 헌트리스의 노래에 많은 사람들의 영혼이 단단해지는 장면은 영화가 보여주는 음악의 힘이자 모두의 마음이 합쳐진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이 메시지는 현실로도 이어진다. 영화를 공동제작했던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매기와 저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이 영화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는 단절되고, 사람 간 교류를 찾아보기 힘들 때였다.

그런데 BTS가 온라인 콘서트를 개최하고,

(우리를 비롯한) 전 세계 수백만 인구가 갑자기 본인의 집에서 'Dynamite'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기 시작했다.

잠시나마 세상이 조금 밝아진 느낌이었다”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실제로 코로나 시기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했었고

나 또한 코로나 시기에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BTS에 푹 빠져 앨범을 사고 굿즈를 모았던 기억이 났다.

실제로 눈앞에 두고 만질 수 없어도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해 본 경험이 오랜만이라 영혼이 충만해졌던 기억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의 치유력을 믿는다. 음악이 주는 연민과 사랑 그리고 부정마저 감싸줄 긍정이 모두의 영혼을 공명 시켜 서로의 혼문이 단단해지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결국 부정을 치유하는 것은 때론 부정을 받아들이고 노래를 부르는 것. 울고 웃으며 그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 말로 언제나 사람들이 사랑해 온 서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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