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나 Jun 14. 2024

다시 살아도 지금처럼 살겠어?

-회사생활 엿보기: 노잼시기 편-

이번주 한일?


바쁘고 바빴던 일주일이었다.


정말 바쁠 때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라서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시간이 되어 있는데 이번주가 그랬다. 하나를 끝내면 다른 일이 생기고, 일 좀 하려 하는데 중간에 다른 일이 또 생기고 생기고.


일주일이 증발했다.

 


월요일


 지난 업무일지에 썼듯이 요즘 나는 약간 슬럼프이다.


 일하기가 너무 싫다.


 일도 재미없고, 심지어 퇴근 후에 그토록 좋아하던 공연을 해주고 있었는데 그것도 별 감흥이 없었다.



 퇴근길에 해주고 있던 야외공연과 이삭토스트 한 컷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공연이나 행사하고 있으면 도파민이 솟구치면서 '역시 우리 회사 위치 최고다' 했는데...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



화요일


 원래는 다이어트하겠다고 탕비실에서 닭가슴살을 먹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 보니 이번주는 점심시간 때 매번 나가서 먹었다.


 사람이 참 단순한 게 오전에 일하느라 힘들다가도 점심때 맛있는 거 먹고 바람 쐬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면 분노하는 것의 반복.



 급하게 출장 대타를 나가야 해서 외근을 나갔다. 그래도 종종 출장 나가면 재미있다.


 출장 간 김에 일 끝나고 거기서 저녁도 먹고 라이브 카페도 갔는데(처음 가봤다) 신세계였다. 분위기도 정말 좋고 무엇보다 공연하는 아티스트가 너무 행복해 보여서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별도의 비용 없이 팁으로 운영되는 무료 공연인데 문득 돈은 못 벌어도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 많이 버는 게 최고.



수요일


 공연도 기분 좋게 봤겠다 출장 나가서 리프레쉬도 했겠다 기분 좋게 출근을 했는데 출장 가느라 밀려있던 업무 때문에 출근하자마자 지쳤다.


그렇게 속으로 회사 욕을 하다가 점심시간 때 맛있는 것을 먹으러 나갔는데 또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역시나 오후 내내 업무에 시달리고 다시 기분이 안 좋아졌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서 집에 온 후 여러 가지 계획했던 것들이 있었지만 그냥 누워서 유튜브만 봤다.


 우연히 알고리즘에 노홍철 영상이 떠서 정주행 하고 노홍철이랑 빠니보틀이 여행 간 영상도 다 봤다.


 재밌긴 했지만 유튜브를 보면서도 '아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를까'하는 생각에 자책을 했다. 그러면서 잠이 들었다.


출처: 노홍철 유튜브


목요일


 어제 알고리즘에 이끌려 보게 된 노홍철 영상을 목요일에도 계속 보고 있었는데 막 새로 올라온 영상을 보다 머리가 번쩍 하는 멘트를 보게 되었다.



다시 살아도 지금처럼 살겠어?



노홍철이 궤도, 빠니보틀과 대화하는 과정에 스쳐 지나가듯 던진 이 질문이 내 심장을 울렸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다시 살아도 지금처럼 살 것인가.


어제 유튜브 보면서 시간을 버렸다 생각했는데 역시 이 세상에 쓸모없는 건 없는 것 같다.


퇴근하고는 음악회가 있어서 보러 갔다. 


음악회를 보고 또 기분이 좋아져서 '24시간 중에 근무시간 8시간만 짜증 나는 거면 나쁘지 않은 하루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


 퇴근을 하고 글을 쓰고 있다.


 이번 업무일지에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는 이유는 너무 많은 걸 해서 뭘 했는지도 모르겠어서다.

자잘하게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일들이 너무 많다. 


 그래도 역시 글을 쓰다 보니 내 머릿속을 돌아보게 된다.


생각 1.

저번주 주말에 미용실을 다녀왔는데 탈색하고 염색했던 머리 때문에 계속 상한 머리를 잘라내다 보니

작년 이맘때랑 머리길이가 비슷했다. 머리 길이처럼 내 커리어도 제자리걸음하는 것 같다.


생각 2.

뭘 해도 재미가 없다.

하하하하


생각 3.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지금 회사는 사실 나에게 정말 고마운 회사이다.

많은 것을 배웠고, 경험했고 지금 회사, 직무에 오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생각 4.

요즘 노잼시기이지만 결국, 어쨌든, 아무튼

모든 것은 잘 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