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도심 공원과 묘지
코펜하겐은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것을 넘어 그 경계가 무색할 정도로 자연이 도시 속에 스며들어 있는 곳입니다. 도시 면적의 약 4분의 1 이상이 녹지로 이루어진 이곳에서는 언제든지 자연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왕의 공원(Kongens Have)입니다. 코펜하겐에서 가장 오래되고 사랑받는 공원 중 하나로, 17세기부터 이어져 온 이 정원은 로젠보르크 궁전(Rosenborg Slot)을 둘러싸고 있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여름날, 정원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앉아 있으면 덴마크 특유의 여유로움에 푹 빠져드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은 여름 내내 야외 발레 공연, 셰익스피어 연극, 예술 설치 작품들로 가득 차 있어 코펜하겐의 문화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왕의 공원에서의 산책은 역사와 현재가 어우러진 코펜하겐을 경험하게 해 줍니다. 르네상스 스타일의 대칭적인 정원은 구불구불한 산책로와 만발한 장미 정원, 울타리 덤불로 이루어져 있어 느긋한 산책을 즐기기에 완벽한 장소입니다. 정교하게 가꾸어진 화단을 지나거나 유명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동상 옆에 앉아 있노라면, 도심 속에서 고요한 여유를 음미하게 되는 특별한 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곳은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장소로, 로맨틱한 오후를 보내기에도 제격입니다.
왕의 정원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코펜하겐 식물원(Botanical Garden)을 만날 수 있습니다. 덴마크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Denmark)과 마주하고 있는 이곳은 100,000m²가 넘는 대지에 13,000종 이상의 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천천히 걷다 보면 지구 곳곳의 식물들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느껴집니다. 그중에서도 유리 온실 팜 하우스(Palm House)는 열대와 아열대 식물들로 가득해 마치 정글 속을 거니는 듯한 이국적인 경험을 선사합니다. 4월부터 10월까지 운영되는 나비의 집(Butterfly House)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나비의 매혹적인 변화와 아름답게 날아다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나비는 매우 민감해서 작은 기온 변화에도 개체수가 줄어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최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기후 변화로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곳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이 경험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코펜하겐에서 꼭 가봐야 할 공원 중 또 하나는 팰레파르켄(Fælledparken)입니다. 도시에서 가장 큰 공원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북유럽 최대 규모의 스케이트 파크에서 아찔한 기술을 펼쳐 보이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어린이들을 위한 테마 놀이터에서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는 곳도 있으며 다양한 콘서트가 열려 도시 속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감각 공원(Garden of Sense)은 특별한 공간입니다. 미로처럼 설계된 공원을 걸으며 화강암 블록과 조각상, 다양한 나무와 꽃들 사이를 지나며 감각에 집중해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아이들이 자연과 가까이 교감하고 눈으로 손으로 체험하면서 자연에 대한 존중과 관심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시각 장애인이나 성인들도 이 공원에서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자연을 느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모든 연령대가 자연의 소중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잘 가꿔진 공원뿐만 아니라 코펜하겐 곳곳의 묘지들은 도시의 풍부한 문화적 배경을 반영하는 녹지 공간입니다. 현지인들이 자주 방문하는 묘지들은 역사적 중요성과 함께 고요한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시스텐스 묘지(Assistens Kirkegård)는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특별한 녹지 공간입니다. 이곳은 덴마크의 위대한 인물들이 잠들어 있는 곳입니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과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 같은 거장들이 묻혀 있는 곳으로 그들의 이야기는 코펜하겐의 문화적 깊이를 더해줍니다. 묘지를 가로지르는 산책로는 정원과 초원, 숲을 지나며 조용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이곳은 도심의 번잡함 속에서도 고요함을 찾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이곳을 거닐다 보면, 자연과 역사가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외에도 매년 봄, 아름다운 벚꽃길로 유명한 비스페비에르 묘지(Bispebjerg Cemetery)는 인근의 그룬트비그 교회(Grundtvig Church)와 함께 이 지역의 매력을 더해 줍니다. 베스트레 교회 묘지(Vestre Kirkegård)는 스칸디나비아 최대 묘지 중 하나로, 1970년대부터 무슬림, 유대교, 가톨릭 신자를 위한 구역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는 이민자 증가와 도시의 다문화 변화를 반영하며, 인구의 약 4분의 3 이상이 루터교 신자임에도 코펜하겐이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묘지에는 탐험가 크누드 라스무센(Knud Rasmussen)과 전직 총리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덴마크 역사에서 저명한 인물들이 많이 묻혀 있습니다. 덴마크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곳은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며 덴마크의 풍부한 과거 유산과 연결되는 장소입니다. 이 두 묘지는 코펜하겐이 역사적 중요성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조화롭게 연결하며, 공공 공간에서 사람들의 유기적인 관계를 어떻게 이어가는지를 보여줍니다.
코펜하겐 중심부에서 벗어난 곳에 위치한 프레데릭스베르 정원(Frederiksberg Gardens)은 영국식 정원 디자인이 돋보이는 공원입니다. 산책로와 고요한 호수, 그리고 숲이 어우러져 마치 도시를 떠나 시골에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합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만발한 꽃들이 정원을 채우며, 도시의 번잡함 속에서도 자연과의 깊은 연결을 느낄 수 있는 피난처가 되어줍니다. 작은 보트를 타고 호수를 유유히 돌아다니며, 도심 속에서 잠시나마 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코펜하겐 동물원과 가까워 가족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곳은, 도시 생활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한편 코펜하겐은 전통적인 공원 외에도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새로운 녹지 공간을 제공합니다. 그중 하나가 수퍼킬렌 공원(Superkilen Park)입니다. 이곳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반영한 독특한 디자인과 예술 작품들로 가득한 공간으로 뇌레브로(Nørrebro)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영감을 받은 다양한 디자인과 예술 작품들로 채워져 있어 마치 작은 세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수퍼킬렌 공원은 녹색 공원(Green Park), 붉은 광장(Red Square)과 블랙 마켓(Black Market) 세가지 주요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붉은 광장과 블랙 마켓 구역은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장소로, 코펜하겐의 다채로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처럼 코펜하겐의 전통 공원들과 혁신적인 녹지 공간들은 도시의 역사와 현대적 감각이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각각의 공간은 코펜하겐이 가진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도시 속에서 자연과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