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꾸준히 손꼽히지만, 그 행복은 객관적인 수치나 물질적 풍요에서 오는 것은 아닙니다. 덴마크 사람들에게 진정한 행복은 소박한 일상 속 작은 순간들에서 비롯됩니다. 물론 높은 생활 수준과 사회 복지,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행복의 본질은 '만족감'에 있습니다. 덴마크인들은 행복을 멀리서 찾기보다 일상 속에서 스스로 만들어갑니다.
덴마크에서는 넘치도록 가진 사람이 거의 없고, 그렇다고 너무 가난한 사람은 더 드뭅니다. – 니콜라이 그룬트비(Nikolai Frederik Severin Grundtvig), 1820
In Denmark, few have too much, and even fewer have too little.
덴마크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니콜라이 그룬트비(Nikolaj Frederik Severin Grundtvig)의 말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덴마크인들의 균형과 절제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들의 이러한 삶의 태도는 '얀테의 법칙(the Law of Jante)'이라는 개념과도 연결됩니다. 얀테의 법칙은 덴마크 출신의 노르웨이 작가 악센 산데모제(Aksel Sandemose)의 소설*에 등장하는 허구의 마을 '얀테(Jante)'에서 유래한 이 법칙은 개인의 우월감을 경계하며 집단과 공동체의 이익을 중시하도록 합니다. 얀테 마을에서는 이 법칙이 모든 영역에 자연스럽게 적용되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따릅니다.
* 1933년에 출간된 <도망자 그의 지난 발자취를 따라서 건너다(A Fugitive Crosses His Tracks)>에 등장하는 얀테의 법칙은 10가지로 구성됩니다. 첫째,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둘째, 자신이 남들만큼 훌륭하다고 여기지 말라. 셋째, 자신이 더 똑똑하다고 믿지 말라. 넷째, 자신이 남들보다 낫다고 확신하지 말라. 다섯째, 자신이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말라. 여섯째, 자신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지 말라. 일곱째, 자신이 모든 것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여덟째, 남들을 비웃지 말라. 아홉째, 누군가가 자신을 신경 쓴다고 믿지 말라. 열째, 남들에게 가르치려 들지 말라.
이 정신은 오늘날에도 덴마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덴마크 왕실 공식 맥주인 칼스버그(Carlsberg)의 광고입니다. 유명한 슬로건 '아마도 세계 최고의 맥주(Probably the best beer in the world)'는 덴마크인의 특성을 잘 드러내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아마도'라는 표현은 세계 최고의 맥주라고 드러내놓고 자랑하기보다는 겸손하고 소박한 태도로 제품을 소개하며 덴마크인 특유의 겸손함을 유머로 담아냈습니다.
이러한 뿌리 깊은 삶의 방식이 때로는 창의성과 개인의 성공을 막고 공동체에 대한 순응을 강요해 성장을 늦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덴마크 사회의 강력한 공동체 의식과 공동의 책임감이 사회적 결속력과 행복의 핵심 요소라고 믿고 있습니다.
덴마크의 오랜 공동체 정신과 강인한 회복력 바이킹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해상을 누비던 바이킹들은 혹독한 겨울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서로 도우며 생존해야 했습니다. 이 시기의 공동체 연대는 오늘날에도 덴마크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사마바이더(samarbejde, 협력)', '솔리다리스크(solidarisk, 연대)'는 덴마크인에게 중요한 삶의 가치로 자리잡고 있으며,현대의 코하우징(co-housing)과 덴마크의 지속 가능한 도시 계획은 이를 실천하는 모습입니다. 개인의 성공보다는 공동체의 힘을 통해 함께 번영한다는 바이킹 시대의 원칙이 여전히 덴마크 사회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남아 있습니다.
덴마크의 '휘게(hygge, 발음: 후가)'는 공동체 정신과 연대의 가치가 일상에 녹아든 모습을 보여줍니다. 휘게는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지만 '아늑함(따뜻한 음료를 마시거나 촛불의 은은한 빛을 느끼는 것, 포근하게 담요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 등)'을 넘어서 사람들이 모여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을 함께 만드는 경험입니다. 휘게의 진정한 의미는 타인과 경험을 함께하고 서로의 안녕을 도모하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있습니다.
'휘게'라는 개념은 1800년대에 자리 잡았지만, 그 뿌리는 바이킹 시대의 공동체 의식에 있습니다. 바이킹들은 혹독한 자연 환경 속에서 협력하며 생존했으며, 이러한 연대는 어려운 시기에 따뜻함과 동료애를 나누는 문화로 이어졌습니다. 덴마크에서는 주거 단지를 설계할 때 중앙에 공유 공간을 배치하여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도록 하며, 이는 바이킹 시대의 공동체 홀을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레스토랑의 긴 테이블에서 함께 식사하는 문화는 덴마크인들이 행복을 함께 나누는 경험에서 찾는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덴마크인들이 느끼는 행복은 공동체와의 연결, 삶의 질, 일상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어우러져 더욱 깊어지며, 개인의 감정에서 그치지 않고 서로 나누고 돕는 관계 속에서 완성됩니다.
덴마크 최초의 도심 옥상 농장인 외스터그로(ØsterGRO)에 위치한 레스토랑 그로 스피세리(Gro Spiseri) | Gro Spiseri
덴마크는 약 590만 명이 443개 이상의 섬에 거주하는 작은 나라지만, 바이킹 시대의 협력과 연대 정신을 기반으로 문화적 풍요와 지속 가능성의 선두 국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 덴마크는 문화적, 경제적 측면에서 큰 영향력을 지니며 기후 변화 대응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70% 감축하고, 2050년까지 기후 중립을 목표로 하는 덴마크의 비전은 협력과 끈기의 정신이 현대적, 진보적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코펜하겐은 이를 상징하는 도시로, 지속 가능성과 삶의 질이 조화를 이룹니다.
2023년 유네스코 세계 건축 수도로 선정된 코펜하겐은 사람 중심의 도시 개발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헌신을 인정받았습니다. '15분 도시(15 Minute City)'를 목표로, 모든 주요 생활 편의시설을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으로 15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덴마크 사람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돕고 있습니다. 매일 수만 명이 자전거를 타고 퀸 루이즈 다리(Dronning Louise’s Bridge)를 건너며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실천합니다. 코펜하겐 전역에 390km 이상의 자전거 도로가 이어져 있어, 자전거가 이 도시에서 갖는 특별한 의미를 잘 보여줍니다. 한 세기 넘게 코펜하겐의 정체성을 형성해 온 자전거 문화는 자유와 이동성, 그리고 커뮤니티에 대한 깊은 관계를 상징합니다. 1800년대 후반, 복잡한 도시 거리에 등장해 사람들에게 해방감을 선사했던 자전거는 오늘날에도 도시의 생명줄처럼 코펜하겐의 DNA에 자리 잡고 있으며, 지속 가능성과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코펜하겐의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코펜하겐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오래된 전통과 현대적인 혁신이 조화를 이루는 건축 경관에서 더욱 빛납니다. 최근 문을 연 오페라 공원(Operaparken)에서는 19세기에서 영감을 받은 정원이 유리와 석회석으로 이루어진 왕립 덴마크 오페라 하우스(Royal Danish Theatre)와 어우러져 독특한 시각적 대조를 이룹니다. 과거 산업 지대였던 외스터브로(Østerbro)와 레프샬레외엔(Refshaleøen)은 이제 다양한 호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자리한 문화적 중심지로 변모하며, 코펜하겐에 역동적인 에너지를 더하고 있습니다.
코펜하겐의 선구적인 레스토랑들은 미식 문화를 이끌며, 셰프들은 지속 가능성과 지역 재료를 중시하는 뉴 노르딕 푸드 선언(New Nordic Food Manifesto)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공용 테이블에서 함께 식사를 나누거나, 지역 시장을 거닐며 덴마크인 삶의 방식인 휘게의 정신—따뜻함, 연결, 단순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코펜하겐은 풍부한 역사와 미래 지향적 비전을 예술적으로 조화시킨 도시로, 기후 행동의 리더십, 혁신적인 도시 디자인, 활기찬 문화가 어우러진 독특한 공간입니다.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사람과의 연결, 균형, 고요한 충만함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