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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거울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by 캐나다 마징가

학창 시절, 나는 법정 스님과 성철 스님의 말씀을 담은 책들에 푹 빠져있었다. 바쁘고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도서관 한 구석이나 카페에 앉아 그 글들을 읽어 내려가노라면 마치 세상의 소음과 단절되어, 개울물 소리 들리는 산속 정자에 앉아있는 듯, 마음이 고요해지는 여유를 경험하곤 했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깊은 평화의 시간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남아있다.


최근 혜능 스님의 풍경동진(風幡同塵)의 가르침들을 다시 접하면서 젊은 시절, 그 순수한 설렘들이 그리워지곤 한다. 세상의 움직임과 마음의 움직임에 대해 고민하던 그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살면서 여전히 같은 물음 앞에 서 있다.

월정사 뜰

절의 뜰에 펄럭이는 깃발 앞에서 두 스님이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깃발이 움직이고 있다." 한 스님이 말했다,
"아니다, 바람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다른 스님이 맞섰다.

서로의 말에 지지 않고 논쟁이 길어질 무렵, 혜능 스님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깃발도, 바람도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움직이고 있는 것은 그대들의 마음이다."

스님의 말에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조용히 침묵에 잠겼다라는 짧은 이야기가 있다.


스님들의 말씀처럼 깃발이 움직이고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움직임을 보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마음이다. 결국 세상은 그저 있는 그대로일 뿐이지 결국 우리의 감정과 해석이 그것을 다르게 보이게 할 뿐이다. 행복과 불행의 기준, 성공과 실패의 의미, 심지어 타인의 말 한마디까지도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듯이 같은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감사함을 느끼고, 누군가는 불만을 품는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외부의 상황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의 태도다.

Ambleside Park

삶에서 우리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을 인식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세상 밖의 깃발은 여전히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세상도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한다. 그러나 그 변화 자체는 자연스러운 흐름일 뿐, 우리가 그 움직임에 휘둘리지 않을 때 비로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혜능의 한마디는 세상은 우리 마음의 거울일 뿐이라는 중요한 깨달음을 준다. 외부 세계가 불안하고 혼란스러워 보인다면, 그것은 우리의 마음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우리가 바라는 평온한 모습이 거울 속에 비치길 원한다면, 먼저 우리의 마음부터 고요하게 다스려야 할 것이다.

마음이 흔들릴수록 세상의 소음이 더 크게 들리고, 작은 변화에도 쉽게 동요하게 된다. 하지만 내면을 차분히 다스리고 고요함을 유지한다면, 외부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세상은 언제나 변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평온을 찾을 수 있는지는 오롯이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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