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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의 힘

다시 시작하는 힘

by 캐나다 마징가

새 학기가 시작되면 교정은 다시 분주한 발걸음들로 가득 찬다. 아이들은 낯선 교실에 자리를 잡고, 직장인들은 여름휴가의 들뜬 분위기를 뒤로한 채 천천히 일상의 리듬을 찾아간다. 아침저녁으로 달라진 바람이 문득 스칠 때면, 우리 마음도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해야 할 것처럼 흔들린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짐하는 마음도 함께 찾아온다. 운동을 해보겠다고, 책을 꾸준히 읽겠다고, 하루를 알차게 보내겠다고 하는 수많은 다짐들... 그러나 그 다짐은 종종 오래가지 않는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오랫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다짐이 쉽게 흩어지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습성인지도 모르겠다.


삼일을 넘기지 못하는 까닭도 다양하기만 하다. 처음부터 욕심이 커서 금세 지치기도 하고, 뒤섞인 일정이 마음을 지치게 하기도 한다.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 하루를 흘려보내기도 하고, 애쓴 만큼의 변화가 보이지 않으면 쉽게 힘이 빠지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약속이나 술자리 같은 자잘한 변수들이 모여 결국 실천을 미루거나 멈추게 만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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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짐이 무너졌다고 해서 그 시간이 모두 헛된 것은 아니다. 멈춘 자리에도 작심의 흔적이 남고, 그 흔적은 다시 걷기 위한 작은 길이 된다. 접어 둔 공책을 다시 펼치듯, 우리는 언제든 이어갈 수 있다. 우리가 극명하게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세우고 무너지고, 또 세우는 과정을 거치며 몸과 마음은 조금씩 달라져 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덜 망설여지고, 목표도 조금 더 현실에 가까워진다. 나에게는 브런치에 올리는 글 한편 한편도 다시 시작하는 순간이며, 마음을 다듬어가는 여정이기에 언제든 나의 꿈으로 이어갈 수 있는 흔적으로 쌓이고 있다.


반복은 때로는 지루한 과정이지만 그 반복이 습관의 뼈대를 만든다. 거창한 결심이 필요하지도 않다. 십 분 동안 앉아 보기, 책 한 장 더 넘겨 보기, 집 근처를 한 번 더 걸어 보는 일과 같은 작은 시도들이 기록의 마디가 되어 서로를 이어 준다. 습관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반복이 시간 위에 쌓여 만들어지는 생활 패턴이다. 특별하지 않은 반복 속에서 점차 속도가 붙고, 삶은 그 속도 속에서 방향을 찾아간다. 그래서 작심삼일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이어지지 못한 날이 있다고 해서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삼일마다 다시 마음을 세운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른다.


다시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이, 결국 나를 이어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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