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쓰듯 말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 겨울이 시작되던 때, 도서관을 나오다 어떤 남성의 통화가 들려왔다. '나는 친해지려고 약간 욕도 하고 짜증도 낸 건데, 그걸 못마땅해하더라니까?'라는 아쉬움과 원망 섞인 목소리였다. 방귀 뀐 사람이 성낸다고 생각하며 지나갔지만 자전거를 타며 낙엽을 밟다, 지나간 사람들이 떠올랐다.
몇 해전 취업걱정을 하며 인턴생활을 하던 친구와 술자리가 생겼다. 사회생활을 먼저 했다는 이유로 닿지도 못할 꼰대의 말들을 퍼부었다. 이렇게 해야 살아남고 어떻게 선배들을 대해야 한다는 말들을 쏟으며 바뀌어가는 친구의 눈빛을 보고도 모른 척했다. 이후에 그와 통화를 하다, 그 친구의 마음은 완전히 틀어졌고 그것도 친구끼리 못하냐는 식의 원망을 했었다. 멍청하고 후회스러운 기억이다.
각자의 불편함과 두려움이 있지만, 그 친구의 두려움은 막연함이었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과 비교도 될 것이고 나와 같은 꼰대도 있었을 것이고 모름지기 자기혐오도 왔을 것이다. 그런 상처에 도움 된다고 소독약을 들이부어도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추돌사고의 마지막 차량이 된다. 가해자가 되어버린다.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 연락을 해보았지만, 닿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더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며 그 친구의 마음이 돌아오던 날을 기다리는 무력함을 느끼는 것 외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