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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깨달음 16화

반장 엄마의 연락

by 아론

초등학교 2학년 때, 심한 감기에 학교를 쉬었던 날. 할 수 있는 건 누워서 TV 보는 게 전부였던 때, 집으로 전화가 한 통 왔다.


반장 엄마의 연락이었다. 생각해 보면, 아파서 결석한 걸 어떻게 알았나 싶었지만 당시에는 크게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많이 좋아졌고 내일이면 등교할 예정이다 등의 상투적인 말을 주고받았었다.


'왜 전화하신 걸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다음 학기에 그 답을 알게 되었다.




심한 감기에 걸려 집에 누워 있던 날, 전화를 받았다. 반장이었다. 이번엔 엄마가 아닌 본인이 직접 걸어와 떨리는 목소리로 안부를 물었다. 몸은 좀 어떠냐, 언제 다시 등교하냐는 등의 질문들.


전화를 마치고 잠시 생각했다. 1년간 걸려온 2번의 전화. 의문의 답을 찾았다. '리더십을 가르치고 있구나.' 답을. 내가 뽑은 반장이 아닐지라도,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 그 영향력을 십분 받을 수 있을 때는 바로 아플 때가 아닐까.


그렇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아가는 과정을, 반장의 엄마는 벌써 가르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부러웠다.




약 20년이 지난 그 아이는 어떻게 성장했을까. 처음은 어색했지만, 지금은 유연하고 여유롭게 다른 사람들을 챙길 수 있는 그릇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보안이 중요해진 시대에, 이제는 아이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가르칠 수는 없겠지만, 타인을 품는 마음을 전해주는 방법을 훗날 나의 아이에게도 적확한 방법으로 전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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