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깨달음 17화

'너도 부모가 되어봐라'

편지 쓰듯 말하고 싶습니다.

by 아론

몇 달 전 어머니께서 꼭 해야 할 일을 몇 년째 미루시는 것에 대해 통화하다 다툼이 있었다. 잠깐의 침묵과 함께 던지신 말씀, '너도 나중에 부모가 되어봐'. 마음의 매무새를 다듬은 뒤 뵙게 되었을 때 말씀드렸다. '제가 겪은 나쁜 일들을 자식에게 물려준다면 제가 왜 부모가 되어야 할까요?'


사랑하는 사람사이에서도 실언할 때가 있다. 지우개로 지워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이 시키는 말을 대충 던져버릴 때 아차, 싶으면 이미 늦는다. 나의 화살은 이미 상대의 마음을 헤집었다. 이러한 특수성을 이해하기에 상대방의 실수에 관대해지려 한다. 실언하게 된 상황과 그의 입장, 그리고 1개월 정도 숙고의 과정을 거친다. 거칠어진 마음을 사포로 갈아내면서 화를 삭이고 상대에게 전할 진심을 담는 그릇을 정성스레 준비한다.


준비한 말을 건네야 할 때는 무척 중요한데, 감정의 파도가 너울칠 때는 절대 건네지 않는다. 버티는 시간에는 돌멩이 하나도 바위처럼 느껴진다. 대신 편안한 카페나 식당에서 단 둘이 있을 때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일상적인 대화 이후에 조심스레 올려놓는다. 상대의 표정과 대답을 통해 마음에 닿지 않는다면 다시 내려놓는다.


내가 실언이나 실수를 할 때에는 가장 먼저 사과를 한다. 나의 행동으로 인해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상처를 준 부분에 대해 정중하고 정확하게 사과해야 한다. 다만, 억지로 미안함을 끌어내는 사람에게는 선을 긋는다. 감정을 떡 주무르듯 쉽게 생각하는 사람 중에서 나와 맞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앞서 말한 이야기는 어머니께서 나의 의미를 이해하시고 미안함을 전하시고 마무리되었다. 씨앗을 보고 나무의 크기를 예상할 수 없듯이, 나도 그랬으니 너도 그럴 것이라는 낙인과 같은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사이가 가까울수록 깊은 상처를 남긴다. 내가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keyword
이전 16화반장 엄마의 연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