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쉬기 전, 조금씩 주변을 정리하던 때,
내가 없을 자리를 넘겨주어야 했던 상황에서도
끝까지 내 흔적을 남기려 안달했었다.
떠난 자리가 채워지지 않게끔 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내 안에 왠지 모를 서운함이 스며들었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상황처럼.
어떤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어떤 위로를 받았더라도
채우지 못했으리라 생각된다.
그토록 간절히 붙잡고 싶었던 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내 과도한 욕심과 욕망의 항아리는
그저 밑 빠진 독에 불과했던 건 아니었을까.
나이가 들어감을 느낌에도
아직 내 부족함이 많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부족함이 종종 내 발목을 붙잡는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운전자는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를 보다간 사고 나기 십상이다.
주차하는 운전자는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를 살펴야 한다.
앞만 보며 후진하다간 사고 나기 십상이다.
나는 자주 이 두 가지를 혼동한다.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격려를 해주다가도,
그 말들이 곧, 나 자신에게 해야 하는 말이라는 걸 깨달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