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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Mar 20. 2024

교대근무

그리고 일기장

3교대 근무를 뛰던 때, 퇴근 후 잠이 쏟아지곤 했다. 8시간씩 계속 돌아가는 형태라,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웠다. 월급에 찍히는 액수만큼 병원비와 잠으로 빠져나갔다. 젊음을 팔아 돈을 버는 기분이었다.


먹는 양도 많았다. 빠져나가는 체력을 붙잡으려고 이것저것 쑤셔 넣다가 탈이 나곤 했다. 장도 약해지고 저혈당 쇼크도 자주 왔다. 현장 저편에서 어지럽기 시작하면 잽싸게 뛰쳐나왔다.


근무 중에는 꼭 커피를 마셨다. 먹지 않은 날에는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어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어느 날 '이게 카페인 중독이구나' 싶었다.




퇴근 후에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자격증과 대학 공부도 해야 했고 운동과 음악도 하고 싶었고 친구들도 보고 싶었다. 불가능에 가까운 스케줄이겠지만, 지금은 하고 있는 걸 보면 새삼 신기하다.


운동을 정말 하고 싶어서 야간근무가 끝난 날 아침에 주차장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뜨니 출근 시간이 되어 다시 회사로 향한 적도 있었다. 안쓰러운 기억이다.


'나이가 들어서'라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 사회 초년생 시절 일기장을 들쳐봐도 기분 좋고 행복한 느낌보다 어떻게는 빠져나가려는 매일이 많았다.


어느덧 교대 근무를 돌지 않고 있다. 추억들도 물론 있지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쁜 기억도 많다. 이럴 때 일기장은 추억 보정을 풀어주는 역할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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