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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Apr 10. 2024

기다리지 않기

이전에 교제하던 친구는 연락이 잦았다.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길 원했고 무뚝뚝하던 나는 조금씩 그녀의 보폭에 맞춰 걷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보면 항상 카카오톡 알림이 있었다. 서운한 날에는 1개 혹은 2개 정도만, 평상시에는 3개 정도, 기쁜 날에는 7개의 알림이 와있었다. 따뜻한 공감을 가진 친구였기에,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고 착각했다.


몇 해 간의 연애를 마친 뒤 휴대폰이 조용해졌다. '만나는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사람이구나, 나는' 헤어지고 나서 깨달았다. 소중하지만 쓰라린 기억을 쓰다듬고 다시 발을 내디뎠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줄 알았다. 연락이 잦아야 한다고, 서로의 소소한 즐거움도 나누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그러다 연락에 집착하는 모습이 보기 싫어 알림을 껐다. 메신저부터 어플 알림까지 하나 둘 끄기 시작했다. 고요한 밤바다처럼 적막만이 흘렀고, 나쁘지 않았다.


하루에 정기적으로 들어가서 보되, 알림에 끌려다니지 않는다. 심심할 때 연락 오는 이 없나, 하고 둘러보기도 하지만 내려놓는다. '꼭 필요한 일이라면 전화하겠지'라고 중얼대며 펜을 잡는다.


집중력도 좋아졌다. 오지 않을 연락에 기대감에 절어 꺼내본 반찬통에는 상한 나물 같은 실망감이 가득했다. 기대감을 낮추니 마음의 냉장고도 비워졌다.


지금도 대부분 알림은 꺼놓는다. 글에 대한 피드백은 꼭 읽는다. 언젠가 내 글을 읽는 독자님들과도 만나게 될 날이 올까, 꾸준히 적다 보면 올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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