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라식수술을 했어. 그 후로, 밤에는 온 세상이 뿌옇게 보여. 닦기 전 카메라 렌즈처럼 말이야. 밤에 운전도 힘들고, 불편했지만 필터라 생각하니 아름다워지더라.
모든 전구와 가로등에 비친 세상이 좋아. 그래서 밤산책도 즐겁고, 걷는 것도 소중해. 한 시간 정도는 음악 들으며 걷는 게 행복하더라고.
체력도 붙었고 일이나 공부에도 여유가 생겼어. 물론,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늘어난 고무처럼 체력도 쉽게 돌아가지 않았지.
그런데 말이야. 나처럼 세상을 보는 사람을 나 하나뿐이더라. 당연하게도. 너에겐 습하고 어두컴컴한, 밤공기가 싫었겠구나 싶어.
가깝다 생각한 거리에도 택시를 타고 싶어 하던 널 나무란 내가 미워지곤 해. 그게 뭐라고, 널 판단하려 한 걸까. 전할 수 없어, 더 아련해.
나의 잘못을 가장 잘 알고 있기에 도망치고 싶었어. 왜 그리도 짧은 생각으로 내뱉었던 걸까. 왜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걸까.
너와 내가 보는 세상은 달랐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