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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Sep 23. 2024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내 삶이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또 기대해 봄직한 삶이 아닐까.



 많은 고민들 속에서, 발이 없다고 느껴진 날이었다. 살펴보면 내적, 외적 성장을 이어갔지만 성장기 어린이에게 벽에 그은 선들만이 비교 대상이 되듯이,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내 꿈과 목표들은 이루어질까. 끝없는 우주에 비하면 모래 알갱이만 한 존재임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아닌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마인드맵을 적어본다. 하고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 좋아하는 것과 그 이유들을 하나씩 적다 보면 답이 나오지 않아도 머리가 가벼워진다. 이후 펜을 놓고 산책을 떠난다.




 추워지고 더워지다 시원하고 추워지는 계절 속에 몸을 맡긴다. "역시, 더운 것보단 시원한 게 낫지"라고 반바지와 반팔 티셔츠를 입고 길을 나선다. 목적지는 정하지 않고.


근처 아파트 단지 주변을 돌다 뒷산에도 오르고 공원 육상 트랙도 뛰어본다. 한참을 달리다 걸으며 하늘을 올려본다. 괜찮은 앵글의 사진을 한 장 남기고 다시 집으로 온다.


"떡볶이와 순대를 사갈까." 튀김은 너무 많고 순대는 간을 빼고 내장을 채워서 미리 전화로 주문한 뒤 돌아가는 길에 픽업한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왠지 가볍다.




 집으로 와 상을 펴고 앉아 괜찮은 유튜브 영상과 시원한 탄산을 한 모금 마신다. 그리고 창밖의 노을을 바라본다.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나는 최선을 다해 아침의 걱정들로부터 도망쳤다.


그리고 이내 눈을 뜬다. "내가 하고 있는 이 고민과 걱정들을 10년 뒤에도 할까?" 10년 전의 내가 지금을 예상 못했듯이 10년이라는 시간은 무척 길고 두텁다. 마치 어렸을 적 어른들을 바라보듯이.


시간이 지나 성숙하고 더 늙을 것이다. 그때에도 오늘처럼 살아갈까. 흔들리고 흩날리다 잠에 들 시간에 닿았다. 글쎄, 잘 모르겠다.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두어야 하는데 늘 그러질 못한다.




 그래도 오늘을 살아냈으니 내일이 다가오겠지. 왠지 모를 행복이 찾아온다. 이 기분 때문에 걱정을 했던 걸까. 또 머릿속을 헤집어 놓기 전에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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