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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Oct 14. 2024

필요한 시간

내게,

한 번에 삼키기 아픈  듣는 날에는, 잠시 모든 생각을 멈추고 눕거나 앉아서 생각을 비우곤 한다. 일단, 놀란 가슴부터 진정시키고 생각하지 않으면 상처가 벌어진다.


비빔 좋아하지만, 뭉쳐있는 야채를 한꺼번에 집어넣는 순간은 좋아하지 않는다. 다 씹히지 않은 나물들이 목구멍을 억지로 넘어가려 할 때는, 따갑기만 한 데다 속도 불편하다.


몸에 좋은 음식일수록 천천히 음미하고 소화시켜야 하지만, 쓴 맛에 꿀꺽 삼키고 달달한 사탕을 곁들인다. 말도 그렇다. 내게 필요한 말이지만, 그것만 삼키기엔 마음구멍이 쓰리다.




생각이 멈추고 고요해진 시점에 공책을 꺼내고 떠오르는 문장과 단어들, 미처 당사자에게 전하지 못한, 상처받은 마음들을 옮긴다. 뭉치거나 너무 쓰지 않게 꼭꼭 씹는다.


적당히 뭉개지고 바스러져 감당할 때가 되었을 때, 배움으로 옮긴다. 좋은 말이랍시고 쏘아대는 사람들은 모른다. 그들은 마취도 하지 않은 채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는 걸.


집 근처 카페나, 공원도 좋고 도서관도 좋다. 시끄럽다면 이어폰을 꽂고 잔잔한 음악과 함께한다. 나에겐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꼭, 무언가 이루어지는 순간이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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