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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깨달음 26화

용서받지 못했을,

by 아론

어렸을 적, 친구들과 욕설을 섞어 말하곤 했다. 친구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비속어를 섞은 쓰레기를 던지며 여행 후에 닦지 않은 신발 밑창 같은 우정을 다졌다.




모래알로 쌓은 친구들은 금세 사라졌다. 하나 둘, 돈을 빌려달라는 친구와, 형편이 달라져 연락하지 않은 친구들을 지나 몇 안 되는 이들만 곁에 남았다.


남들 앞에서 옷을 벗고 다니는 것에 창피함을 알게 되는 나이처럼, 서서히 험한 말들이 목구멍에 걸려 다시 삼켜졌다. 대신, 소중한 이들에 대한 잔소리가 늘었다.


사회생활을 조금 일찍 했다는 이유로, 취업이 늦거나 곤궁에 처한 친구들에게 어른인 척 훈계하곤 했다. 돌아보면 다 거기서 거기 일 텐데, 심지어 내가 더 못났을 텐데




그러다 중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 술자리가 있었다. 거기서도 상대의 위에 있다는 듯한 칭찬과 우월감에 젖은 멍청한 소리들을 뱉어냈다.


좋은 말들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들을 수 있는 말과 필요한 말은 다르다. 게다가 각자의 길이 있는 법인데, 내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함부로 말해선 안 되는데.


그런 말들을 가장 잘 알지만, 세상이 녹록지 않음을 가잘 잘 알고 있을 사람은 내가 아니라 그 친구였다. 나 역시도 우물 안에 들어와 안도하고 있었을 뿐이었고.




그는 이내 연락이 끊겼다. 사과를 하고 싶어 걸었던 화는 부재중 사서함 직원이 받았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간간이 소식을 건너서 전해 듣는 사이로 지내왔다.


3년의 시간이 지나, 그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그간의 안부를 전하는 대화 속, 약속을 잡고 만난 그와 나, 모두 못 본 만큼 늙어 있었다.


애써 태연하게 이런저런 말들을 나누다, 조심스레 그때의 어리석음을 머리 숙여 사과했다. 백번 다시 생각해도 내가 잘못했던 것이라고.




영원히 용서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용기가 고마웠고, 지금까지 살아왔음에 감사했다. 물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까지도.


입은 악마의 구멍이라는 말이 있다. 이미 내 입을 떠난 말은 나의 소유가 아니라는 말도, 모두 목구멍에 현판처럼 걸어놓기로 한다. 익숙함에 더욱 소중해하며 겸손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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